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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1주일 나해(요한 6, 60ㄴ-69) 그리스도인이란?

세심정 2024. 8. 24. 12:31

지난 주일 복음은 예수님의 살과 피를 먹고 마셔야만 영원한 생명을 얻고, 마지막 날에 그를 다실 살릴 것이라고 성체 성사의 신비를 강조하신 말씀이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살과 피를 먹고 마시도록 하심으로써 우리가 예수님 안에 머무르고, 예수님과 하나가 되며, 또 하나의 예수님이 되어 예수님으로서 살아가도록 하셨다.

 

1 독서는 임종을 목전에 둔 여호수아가 이스라엘의 모든 지파를 성소 스켐으로 불러 모으고, ‘야훼 하느님을 섬길 것인가? 우상을 섬길 것인가?’를 선택하도록 하자, 모든 지파가 야훼 하느님을 섬기겠다고 서약하는 내용이고, 2 독서는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의 뜻에 따라 순종하는 마음으로 서로 존경하고 섬기며 살라는 가르침이다. 복음은 많은 사람이 영생을 포기하고 예수님을 떠나갔지만, 제자들은 예수님을 굳게 믿고 예수님을 따랐다는 내용이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육신, 중요하다. 육신이 없으면 이 세상에서 살 수 없다. 보고 듣고, 느끼고 사랑하며 성장할 수 없다. 그렇기에 예수님께서는 병자들을 고쳐주시고, 마귀를 쫓아내셨으며, 많은 이에게 사랑을 베푸시고, 가난한 이들을 배부르게 하기도 하셨다. 그런데 육은 한정되어 있다. 아무리 더 살고 싶어도 더 살 수 없고, 병들고, 늙고 죽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육신도 중요하지만, 육신보다 더 중요한 것이 영혼이며, 영원한 생명이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고, 나도 마지막 날에 그를 다시 살릴 것이다.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요한 6, 54-55)라고 말씀하셨다.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당신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심으로써 영원한 생명을 얻기를 간절히 원하셨다. 그러면 어떻게 당신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게 하실 수 있는가?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마지막 만찬을 하시면서 빵과 포도주를 드시고, 내 몸과 피라고 말씀하시며 나누어주셨다. 예수님께서는 빵과 포도주를 축성하심으로써 당신 살과 피가 되게 하셨고, 이를 먹고 마심으로써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맺는다고 가르치셨다. 그러니 이를 기억하고 기념하며 재현하여 이를 행하라고 명령하셨다.

미사 봉헌은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맺는 것이다. 이 계약은 그리스도께서 우리 죄를 대신 기워 갚으심으로써 우리 죄를 용서하시어 우리를 하느님의 자녀로 삼으시고, 하느님 나라를 유산으로 물려주시어, 우리가 하느님 나라에서 하느님과 하나가 되어 영원히 지복직관을 누리며 살도록 하는 새 계약이다. 그러기에 미사는 가장 소중한 기도이고, 주님 명령을 실천하는 기도이며, 우리를 하느님과 일치시키는 기도이다.

그래서 교회는 우리 가톨릭을 비롯하여, 정교회, 꼽트 교회, 성공회 할 것 없이 모든 그리스도교가 미사를 봉헌한다. 박해 시대에도 카타콤바에서 숨어서 미사를 봉헌했고, 우리나라에서도 산속 오지에 숨어 있는 교우를 찾아다니며 미사를 봉헌했다. 심지어 마르틴 루터도 교회와 갈라지면서 미사를 포기하지 않았다. 이후 생겨난 과격한 개신교가 오직 믿음, 오직 성경이라고 외치며 미사까지 포기하며 갈라졌지만, 오늘날 그들 대부분이 빵과 성찬례의 중요성을 깨닫고 대림과 성탄, 사순과 부활 주일에 성찬례를 행하며, 주일마다 성찬례를 행하는 개신교까지 있다. 이처럼 미사는 가장 중요한 기도이다. 우리 교회의 중요 행사는 미사로 이루어져 있다. 교황님께서 어느 곳에 가시든지 미사를 봉헌하신다. 미사는 영원한 생명을 주고, 주님 안에 머무르며, 주님께서 우리 안에 머무르시게 하는 가장 귀한 기도이다. 그러므로 우리도 매일 미사를 봉헌하고, 성체를 받아 모심으로써 새 계약을 지켜야 한다.

 

그런데 예수님을 따르던 이들 가운데 많은 이가 예수님 말씀을 알아듣지도 못하거니와 듣기 싫어했다. 그 까닭이 무엇일까? 그들은 병을 고치고 마귀를 쫓아내는 기적을 좋아했고, 자신들을 편안하고 배부르게 하는 기적만을 좋아했다. 그들은 영혼에 대한 관심이 없었고, 육신에만 관심을 두었다. 그처럼 자신이 원하는 것만 생각하며, 보고 듣기 때문에 예수님 말씀을 알아듣지도 못하고 믿고 따르지도 않았다. 그래서 예수님을 따라다녔던 이들 가운데 많은 사람이 예수님을 떠나갔다.

그들을 바라보시는 예수님 마음은 어떠했을까? 지금까지 가르쳐주신 많은 것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떠나가는 그들을 보시는 마음은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아버지께서 허락하지 않으시면 아무도 나에게 올 수 없다고 너희에게 말한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신앙은 하느님 부르심에 대한 응답이다. 하느님께서 이끌어 주시지 않으면 아무도 하느님께 나아갈 수 없다.

이제 예수님께서는 열두 제자에게 너희도 떠나고 싶으냐?” 하고 물으셨다. 그러자 시몬 베드로가 제자들을 대표하여 주님,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스승님께서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라고 저희는 믿어 왔고 또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씀드린다.

 

그리스도인은 누구인가?

그리스도인은 육신은 흙에서 나와 흙으로 돌아가지만, 영혼은 불멸함을 믿고, 그러기에 육신도 중요하지만, 영혼이 더 중요함을 믿는다. 죽음은 모든 것의 끝인 허무가 아니라 새로운 생명으로 들어가는 희망의 관문임을 믿으며, 지상 삶은 지상 삶으로 끝나지 않고, 저세상과 이어져 계속됨을 믿는다. 그러기에 지상에서 바르고 건전하게, 베풀고 감싸주는 아름다운 삶, 사랑의 삶을 사는 것이 소중함을 믿는다. 그리스도인은 죄를 지은 죄인인 줄 아는 죄인으로, 그리스도께서 우리 죄를 대신 기워 갚아주셨기에 하느님의 자녀로서 하느님 나라를 유산으로 물려받아 하느님과 하나가 되어 영원한 삶을 누림을 믿는다. 그리스도인은 시련과 역경 속에서도 십자가를 바라보며 극복하는 이들이며, 자기에게 주어진 책임과 의무라는 십자가를 지고 살아가며, 설령 십자가가 무거워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나는 그리스도의 제자들이다.

오늘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영원한 생명을 희망하며, 자신의 십자가를 충실히 지고, 아름답게 살아가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