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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주일 - 연중 제13주일 가해(마태 10, 37-42) 만유 위에 사랑하라

세심정 2023. 7. 1. 08:35

지난 주일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이었다. 예수님께서는 두 사람이 마음을 모아 청하면 하느님 아버지께서 이루어주실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두 사람, 부부, 가장 적은 수효의 공동체라도 마음을 모아 기도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 또한 둘이나 셋이 모인 그곳에 주님께서 함께 계시겠다고 말씀하셨고, 일흔일곱 번이라도 용서하라고, 잊어버리라고, 악의 고리를 끊어버리고, 마음속에 사랑과 기쁨, 평화가 넘치게 하라고 가르치셨다.

 

오늘은 교황 주일이며, 연중 제13주일이다. 한국 교회는 해마다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629)이나 이날과 가까운 주일을 교황 주일로 지낸다. 이날 교회는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인 교황님께서 세계 교회를 잘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주님께 기도한다. 교회가 오늘 선택한 복음은 예수님께서 열두 사도를 뽑아 파견하시면서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 가운데 마무리하시는 말씀이다. 즉 예수님 제자의 정체성을 알려주시는 말씀이다.

 

먼저 예수님께서는 아버지나 어머니, 아들이나 딸을 당신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은 당신에게 합당하지 않다고 말씀하신다. 제자는 주님을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말씀이다. 여기서 사랑이란 아가페, 헌신적 사랑, 희생적 사랑을 의미한다. 예수님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는 사람이 예수님의 제자라는 말씀이다. 이 말씀은 예수님께서 당신 제자들을 누구보다도 더 사랑하시고 헌신하시며 희생하시므로, 제자들도 예수님처럼 그렇게 사랑하고 희생하고 헌신해야 한다는 말씀이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그토록 사랑하셨기에 십자가상에 못 박혀 돌아가시는 십자가상 희생 제사를 봉헌하셨다. 우리를 위해 당신 자신을 내어주셨다. 우리를 그토록 사랑하시므로 우리도 주님을 그토록 사랑해야 한다.

사실 순교자들이 누구보다도 예수님을 더 사랑하고, 예수님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며, 목숨을 바친 분들이다. 그분들은 목숨 바쳐 주님을 사랑했다. 그렇기 때문에 순교자들은 공경받으며, 천국 영광을 누린다. 신앙은 순교를 각오해야 한다. 주님을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한다. 순교의 사랑이 곧 참된 사랑이다.

 

둘째로, 예수님의 제자는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는 사람이다. 누구나 자기 십자가를 져야 한다. 남의 십자가를 바라보고 남의 십자가를 지려고 하지 말고 자기 십자가를 져야만 예수님의 참된 제자이다.

십자가에 관련된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예수님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어떤 사람이 꿈을 꾸었는데, 예수님께서 힘겹게 십자가를 지고 가셨다. 그래서 그는 주님께 달려가 십자가를 대신 지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아무런 말씀 없이 묵묵히 십자가를 지고 가셨다. 그는 또다시 주님께 달려가 주님, 제발 저에게 십자가를 넘겨주세요.”라고 간청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주님께서는 모른 체하시며 십자가를 양어깨로 무척 힘들게 걸쳐 매고 묵묵히 걷기만 하셨다. 그는 가슴이 아프고 당혹스러웠지만, 그래도 끈기 있게 주님 곁을 따라붙으며 십자가를 넘겨 달라고 다시 한번 애원했다. 그러자 주님께서는 여전히 십자가를 양어깨에 둘러맨 채 발걸음을 멈추시더니 그에게 몸을 돌리셨다. 그리고는 그가 당신을 처음 목격했던 자리를 손으로 가리키며 다정하게 말씀하셨다. “아들아, 이 십자가는 내 십자가란다. 네가 조금 전에 내려놓은 네 십자가는 저기 있지 않으냐? 내 십자가를 져주려고 하기 전에 네 십자가부터 져 나르려무나.” 그는 뒤로 돌아 주님께서 가리키신 곳으로 달려갔다. 거기에는 그의 십자가가 모래바닥에 나둥그러져 있었다. 그는 얼른 그 십자가를 걸머지고 주님이 기다리시는 곳으로 되돌아왔다. 와 보니 놀랍게도 주님의 어깨에 걸려 있던 십자가가 온데간데 없었다. “주님, 주님의 십자가는 어디로 갔습니까?” 하고 묻자, 주님께서 빙긋이 웃으며 대꾸하셨다. “아들아, 네가 사랑으로 네 십자가를 질 때는 내 십자가를 지는 것이나 진배없단다.”

 

그리스도교 신앙은 십자가 신앙이다. 그리스도교 신앙에서 십자가를 빼버리면 그리스도교가 아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을 갖는다는 것은 십자가를 지는 것이고, 하느님께서는 이미 각 사람에게 알맞은 십자가를 정해두셨다. 그 십자가는 오직 나만 져야 하는 십자가이다. 누구도 대신 질 수 없는 십자가이다. 십자가의 수난은 그리스도인의 상징이며, 주님과 함께하는 수난이다. 천국으로 건너가기 위해서는 자기 십자가로 다리를 놓아야만 한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제 십자가를 지고 당신을 따르라고 가르치신다.

 

셋째로, “제 목숨을 얻으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고, 나 때문에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얻을 것이다.”라고 가르치신다. 이 세상의 목숨, 시한부의 목숨을 얻기 위해 영원하고 영적인 생명을 등한시하는 사람은 영원한 참 생명을 잃는다. 이 세상의 목숨도 중요하다. 그러나 세상의 목숨과 이익을 위해 영원한 삶과 가치를 버린다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

사실 많은 이가 세상의 가치를 위해 살았기 때문에 죽은 다음에 온갖 욕을 먹으며 역적이라고 비방 받는 사람이 꽤 있다. 그들은 이미 죽었는데도 아직까지 그 오명으로 인해 죽지 못하고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며 비난받고 있다. 이완용이라는 이름으로 대표되는 친일파들이나, 전두환으로 대표되는 군인들이다. 그들은 분명 제 목숨을 얻으려고 하다가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다.

역으로 수많은 순교자가 지상에서 목숨을 잃었지만, 영원한 생명을 얻었고, 성인으로 공경받으며 영원히 존경받고 있다. 안중근 의사를 비롯한 많은 의사와 그 외 열사, 그리고 박종철이나 전태일과 같은 이들, 그들은 목숨을 잃었지만 많은 이로부터 존경받으며 역사를 장식하고 있다.

예수님께서는 행복하여라,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사람들이 나 때문에 너희를 모욕하고 박해하며, 너희를 거슬러 거짓으로 온갖 사악한 말을 하면, 너희는 행복하다.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너희가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 사실 너희에 앞서 예언자들도 그렇게 박해를 받았다.”(마태 5, 10-12)라고 분명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상 삶에만 연연해하지 말고, 하늘나라를 위해, 영원한 생명을 위해, 하느님과 그 의를 위해 살아야 하겠다.

 

마지막으로 너희를 받아들이는 이는 나를 받아들이는 사람이고, 나를 받아들이는 이는 나를 보내신 분을 받아들이는 사람이다.”라고 말씀하신다. 이 말씀은 그리스도인이 곧 그리스도이며, 그리스도가 곧 하느님이라는 말씀이다. 역으로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활동하시며, 그리스도께서는 그리스도인 안에서 활동하신다는 말씀이다.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의 말씀을 하고, 그리스도의 일을 하며, 그리스도를 보여 줌으로써 하느님께서 이 땅에 강생하시도록 하는 그리스도의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 작은 이들이라도 주님의 제자이기에 시원한 물 한 잔, 율법에서 가장 작은 자선이라고 칭하는 물 한 잔을 주는 이는 합당한 상을 받으리라고 말씀하신다.

 

주님께서는 우리를 누구보다도 더 사랑하신다. 그러므로 우리도 주님을 누구보다도 더 사랑해야 한다. 주님께서는 당신 십자가를 지고 가시면서 우리도 우리 십자가를 끝까지 지고 가기를 원하시고 도우신다. 그러므로 내 십자가를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 지상의 목숨도 소중하지만, 더 소중한 것은 영원한 생명이다. 지상 목숨 때문에 죽어도 죽지 못하고 비난받는 사람이 되지 말고, 지상의 목숨을 잃었더라도 칭송받는 신앙인이 되자. 하느님 나라의 영광을 누리고,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신앙인이 되자. (2023.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