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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주일(마태 28, 16-20) 사랑의 복음 전파

세심정 2022. 10. 21. 16:38

지난 주일 복음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낙심하지 말고 끊임없이 기도하라고 당부하시면서 들려주신 불의한 재판관의 비유 말씀이었다. 하느님도 믿지 않고 사람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탐욕과 이기심이 가득한 불의한 재판관도 불쌍한 과부가 줄곧 찾아와 졸라대니, 귀찮고 망신을 당할 것 같아서 자기 체면을 위해 올바른 판결을 내려준다. 하느님은 사랑과 자비가 지극하시고, 우리 머리카락 하나까지 낱낱이 세어두시는 하느님이신데, 우리 기도를 들어주지 않으시겠는가! 그러니 아무리 힘들고 어렵더라도 낙심하거나 희망을 잃지 말고, 끊임없이 기도하라는 가르침이었다.

 

오늘은 전교주일이다. 전교주일에 교회가 선택한 복음은 예수님께서 세상을 떠나시면서 마지막으로 제자들에게 분부하신 말씀이다. 예수님께서는 승천하시기 전, 제자들을 산으로 부르시어 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았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보라, 내가 세상 끝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라고 말씀하셨다. 세상을 떠나시기 전에 마지막으로 하신 말씀, , 유언이다. 농담이나 우스갯소리로 유언을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마지막 말씀이므로 심각하게 생각하고 고민한 후, 꼭 필요한 내용만을 유언으로 남긴다. 그래서 유언을 들은 사람 대부분은 유언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먼저 예수님께서는 마지막 말씀을 하시기 위해 제자들을 산으로 부르셨음을 생각해야 한다. 산이란 하늘과 땅이 맞닿는 곳으로서 전통적으로 하느님을 만나는 장소이다. 모세는 하느님의 산 호렙에서 하느님을 만났고(탈출 3, 1-2), 하느님으로부터 계명을 받았다(탈출 32, 15). 예수님께서도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 종종 산으로 가셔서 홀로 기도하셨다(마태 14, 23). 예수님께서 사랑하시는 세 제자에게 천국 영광을 보여 주신 곳도 산이다(마태 17, 1 이하).

그러므로 우리도 주님 말씀을 듣기 위해서는 산으로 올라가야 한다. 산에 올라가 하느님 말씀을 듣고, 계시를 받고, 천국 영광을 맛보아야 한다. 우리가 올라가야 할 산은 어떤 산인가? 그것은 기도의 산이다. 우리는 기도를 통해 하느님 말씀을 듣고, 계시를 받으며, 하느님을 느끼고, 천국 영광을 맛볼 수 있다. ,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도해야 한다. 예수님께서는 중대한 일을 하시기 전에 항상 기도하셨으며, 열두 제자를 뽑으실 때에서 산에 가시어 밤을 새우시며 기도하신 후 제자들을 뽑으셨다(루카 6, 12). 예수님께서 열한 제자를 산으로 부르시어 마지막 말씀을 하신 까닭도 제자들이 기도한 후 복음을 전하도록 하시기 위함이었다. 그러므로 복음을 전하기 위해 먼저 기도해야 한다. 기도를 통해 하느님으로부터 힘을 얻고, 하느님 말씀을 듣고, 하느님을 느끼고 체험한 후 그 힘으로 복음을 전해야 한다. 기도가 곧 복음 전파이다.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는 188849, 15살에 리지외의 카르멜 수녀원에 입회하여, 189724살의 젊은 나이로 선종했다. 9년 반 동안 그녀의 수도 생활은 지극히 평범하였고, 수녀원 밖을 전혀 나가지 않았다. 그런데도 교황 비오 11세는 19271214일 그녀를 성 프란치스코 사베리오와 함께 선교 사업의 수호자로 선포하였다. 그 까닭이 무엇일까? 그녀가 일평생 기도로서 다른 영혼의 회개와 구원을 위해 보속의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기도는 복음 전파의 첫걸음이다. 그러므로 복음 전파를 위해, 많은 이의 회개와 보속을 위해, 끊임없이 기도해야 한다.

 

둘째,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으라고 말씀하셨다. 제자로 삼아야 할 사람은 우리 형제, 친척, 이웃이 아니라 모든 민족이다. 이 말씀은 모든 사람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야 하는 소중하고 고귀한 사람임을 뜻한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에게 당신 숨을 불어 넣어주셨고, 모든 사람은 하느님을 닮았으며,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신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 죄인이나 의인, 병자나 건강한 자, 마귀 들린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 인종이나 남녀노소, 부자나 빈자나 할 것 없이, 모든 사람이 하느님으로부터 사랑받는 소중한 사람이고, 모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야 할 고귀하고 소중한 사람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만나는 모든 사람을 소중하고 고귀하게 대하고, 사랑으로 맞이해야 한다. 우리 그리스도인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이 전해지고, 느끼도록 사랑해야 한다. 하느님은 사랑이시다. 그러므로 사랑으로 모든 민족에게 복음을 전해야 한다. 복음 전파는 곧 하느님의 사랑 전파이다. 예수님께서는 복음을 전하시기 위해 강생하셨고(루카 4, 19), 이제 승천하시면서 그 사명을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주셨다. 그리스도인은 또 하나의 그리스도이다.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복음을 전해야 한다.

 

셋째, 주님 제자로 삼아야 한다. 복음을 전하는 사람은 주님 말씀을 전해야 한다. 복음을 듣는 사람이 주님 말씀을 듣고 주님 제자가 되도록 해야 한다. 자칫 복음을 전하는 사람이 복음을 받는 사람을 자기 제자로 삼을 수 있다. 사람에게는 자기를 드러내고 싶은 욕망과 이기심이 있다. 자기가 주인이 되고 싶어 한다. 이런 욕망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그래서 복음을 전하면서 주님을 전하기보다 자칫 자기를 전하는 오류에 빠질 수 있고, 주님 제자로 삼기보다 자기 제자로 삼으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피조물이며, 하느님의 종이요 도구이다. 우리는 하느님의 도구로서 복음을 전하며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루카 17, 10)라고 말해야 한다. 자기가 주인이 되려고 하는 그런 오류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넷째, 예수님께서는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라고 말씀하셨다. 세례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중요한 의식이다. 우리는 세례를 받음으로써 하느님의 자녀가 되며, 그리스도와 한 몸이 되고, 하느님 나라를 유산으로 물려받는다. 예수님께서도 세례를 받으실 때 하늘에서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마태 3, 17)라는 말씀이 들려와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이 드러났다. 세례가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에, 갓난아이에게도 유아 세례를, 죽을 위험이 있는 위급한 경우 비상 세례를 베풀었다. 또한 화세(세례는 받지 못했어도 하느님에 대한 열정으로 죄를 용서받아 세례 효과를 가져옴), 혈세(순교함으로써 세례 효과를 가져옴)를 인정하여 비록 물로 세례를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도 세례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가르쳤다. 이처럼 세례는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므로 기회가 좋든지 나쁘든지 복음을 전하고(2티모 4, 2) 세례를 베풀어야 한다.

 

다섯째, 예수님께서는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라고 명령하셨다. 예수님께서 지상 교회에 당신을 대신하여 가르치고 이끌 책임과 권위(교도권)를 주셨다는 말씀이다. 교회는 주님께서 주신 교도권을 가지고 지상에서 주님을 대신하여 가르치고 이끌어야 한다. 교회는 신앙과 도덕에 있어서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권위를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교회는 이 세상이 주님 말씀에 따라 행하도록 가르치고 이끌어야 한다. 그러면 주님께서 명령하신 모든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곧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 34)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리고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마태 5, 44)이다. 주님께서는 원수까지도 사랑하고, 박해하는 자들을 위해서도 기도할 정도로 사랑을 실천하라고 가르치셨다. 사랑, 사랑이 주님의 명령이다. 그러므로 우리도 사랑하고, 모든 사람이 사랑하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예수님께서는 내가 세상 끝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라고 말씀하셨다. 우리와 함께 계신 하느님, 임마누엘 하느님(마태 1, 23)으로 오신 주님께서는 세상을 떠나시면서 다시 한번 함께 계시겠다고, 임마누엘 하느님이시라고 강조하신다. 주님께서 함께 계시겠다는 말씀은 주님께서 힘이 되시겠다는 말씀이며, 우리 안에서 주님께서 행하시겠다는 말씀이다. 그러니 걱정하거나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씀이다. 내가 너와 함께 있고, 내가 너의 힘이 되고, 네 안에서 내가 해 줄 터이니, 걱정하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나를 믿고 행하라는 말씀이다. 그러니 무엇이 두려울 것이 있겠는가! 주님만 믿고, 주님 손 꼭 잡고, 주님과 함께 가면 주님께서 모든 것을 해 주시리라.

 

복음 전파, 이는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최고 명령이다. 그리스도인은 누구나 복음을 전해야 한다. 복음을 전하는 방법은 모든 사람에게 1) 기도로서, 2) 사랑을 실천하고, 3) 세례를 베풀며, 4) 주님 가르침을 배워 행하도록 함으로써 행해야 한다. 주님께서는 우리와 함께 계시어 우리가 복음을 전하도록 힘과 능력을 주시고, 우리 안에서 당신 친히 행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