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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9주일 가해(전교 주일 마태 28, 16-20) 주님의 힘과 능력으로 복음을 전파하자.

세심정 2023. 10. 21. 14:32

지난 주일 복음은 혼인 잔치의 비유였다. 임금의 왕자 혼인 잔치에 초대받은 사람들이 오기를 거부하고 임금이 보낸 종들을 죽이기까지 하였기에 임금은 노하여 그들을 멸하고 도시까지 불살라버렸다. 임금은 그들 대신 선하거나 악하거나 할 것 없이 모든 사람을 초대하여 혼인 예복을 입힌 다음 잔치에 참여하도록 했다. 그런데도 혼인 예복을 입지 않은 자가 있었기에 임금은 그를 꽁꽁 묶어 밖으로 내던져 고통당하도록 했다. 온 우주의 주님이신 하느님의 초대에 응하지 않으면 그렇게 멸망하게 되고, 그리스도라는 혼인 예복을 입지 않고 자기 고집을 내세우면, 꽁꽁 묶여져 바깥 어둠 속에서 고통당한다는 비유이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초청에 응답하는 신앙인이 되자는 말씀을 드렸다.

 

오늘은 전교 주일,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주일이다. 교회가 오늘 선택한 복음은 예수님께서 승천하시면서 제자들에게 하신 마지막 말씀으로 복음 전파의 사명에 관한 말씀이다.

유다 이스카리옷을 제외한 열한 제자는 갈릴래아로 떠나 예수님께서 분부하신 산으로 갔다. 갈릴래아는 이민족들의 상징이며(마태 4, 15), 유대로부터 소외된 지방으로, 로마로부터 억압과 착취를 당하는 지방이다. 로마제국은 이 지방에서 2,000명이 넘는 유대인을 십자가형에 처했다고 한다. 이렇게 소외되고 억압과 착취를 당하는 지방이기에 예수님께서는 상처와 아픔이 많은 이 지방에서부터 복음을 전하셨고, 지상 생활을 마치고 승천하시면서 제자들에게 마지막 말씀을 이 지방에서 들려주셨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산으로 부르셨는데, 산이란 하늘과 가장 가깝게 만나는 장소로서 하느님을 만나는 장소이며, 하느님의 계시가 전해지는 장소이다. 예수님께서는 종종 산에 오르시어 기도하시고(마태 14, 23; 17, 1), 제자들을 가르치셨다(마태 5, 1). 모세가 하느님을 체험한 곳도 산(호렙)이고(탈출 3, 2), 하느님으로부터 계명을 받은 곳도 산(시나이)이었다(탈출 32, 15). 그러므로 우리도 예수님을 만나고, 예수님으로부터 계시를 받기 위해서는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산으로 가야 한다. 이 산은 기도의 산, 성경의 산, 성가의 산이다. 하느님을 알고, 느끼고, 묵상할 수 있는 산으로 가야 한다.

 

제자들은 예수님을 뵙고 엎드려 경배했다. 그러나 더러는 의심했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직접 뵈었는데도 더러는 의심했다. 그들이 뵈온 분이 예수님이신지, 아니신지를 의심할 수 있다. 마리아 막달레나나 엠마오로 가던 제자들도 부활하신 예수님을 뵙고, 목소리를 듣고 함께 있었지만, 알아보지 못했다. 부활하신 분은 네 가지 기이한 은사를 지녔기에 생존의 모습과 달라 알아보지 못할 수 있다. 아니면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의심할 수도 있다. 신앙이란 전혀 의심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역설적이지만 신앙 안에 의심이 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창조하시면서 완전하게 창조하지 않으셨다.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하다. 그러므로 신앙 역시 불완전하며, 불완전한 신앙이기에 신앙 속에 의심이 들어 있다. 의심이 있는 신앙이 올바른 신앙이다. 신앙은 이성으로 옳고 그름을 분별하기 때문에 그 안에 의심이 들어 있다. 의심이 전혀 없는 신앙은 옳고 그름을 분별하지 않은 맹신이다. 그러기에 신앙은 의심과 불안을 넘어서고 이겨내며, 지그시 누르는 힘이며 능력이다. 의심이 일어나되, 의심을 이겨내는 것이 곧 신앙이다. 그런데 그 의심과 불안이 해소되고 확신의 굳은 믿음, 순교까지도 가능한 확신의 굳은 믿음이 있다. 이러한 믿음은 성령으로 인한 변화된 믿음이다. 제자들 가운데 더러는 의심했지만, 오순절 성령 강림으로 인해 그들에게 성령의 불길이 뜨겁게 내려오자, 그들은 확신의 믿음을 갖게 되었고, 그 믿음으로 순교하기까지 복음을 전파하였다.

오늘 우리도 성령의 불길을 뜨겁게 받아, 사도들처럼 확신의 굳은 믿음을 갖도록 해야 한다.

 

예수님께서는 승천하시기 전 제자들에게 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았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보라, 내가 세상 끝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라고 말씀하셨다. 예수님께서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가지고 계신 분이시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예수님에게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주셨다. 모든 권한이므로 병을 고치고, 마귀를 쫓아내며, 죄인을 용서하는 등의 모든 권한이다. 그러므로 이제 성부께서는 성자를 통해 모든 권한을 행사하신다.

모든 권한을 가지고 계신 성자께서는 제자들을 파견하시어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으라고 명령하신다. 모든 민족, 이스라엘이나 이민족이나 할 것 없이,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야 한다. 하느님께서는 온 세상, 모든 사람을 창조하셨고, 모든 사람을 소중하고 귀하게 여기시며 사랑하신다. 그러므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야 한다. 또한 제자는 스승으로부터 배워 스승의 가르침을 따르고 지키며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제자는 그의 삶을 통해 스승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제자는 또 하나의 스승이다. 즉 모든 사람이 주님의 참된 제자가 되어 또 하나의 그리스도가 되어, 또 하나의 그리스도로서 살아야 한다.

 

나아가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어야 한다. 세례는 모든 죄를 용서하여 새롭게 태어나게 하는 성사이다. 세례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성사이다. 세례는 하늘나라를 유산으로 물려받도록 하는 성사이다. 세례는 모든 성사의 시작이다. 그러므로 세례는 가장 중요한 성사이다. 세례를 받음으로써 하느님의 자녀가 되어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르니 얼마나 좋은가! 세례를 받음으로써 하늘나라를 공짜로 물려받으니 얼마나 좋은가! 그러니 온 세상 모든 사람에게 세례를 주어야 한다.

세례받은 사람은 누구나 주님께서 명령한 모든 것을 배워 지켜야 한다. 주님 명령은 단 하나이다. 주님께서는 성경을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으로 요약하셨다. 주님 명령은 사랑의 실천이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다. 마음속에 사랑을 담고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 우리의 모든 행동은 마음에서부터 비롯된다. 마음이 악하면 악을 행하고, 마음이 선하면 선을 행한다. 마음속에 사랑이 있으면 사랑을 실천하고, 분노가 있으면 화를 낸다. 그러므로 마음속에 사랑을 가득 담고, 사랑으로 살아야 한다.

 

이 모든 것을 우리가 행하기 위해 주님께서는 세상 끝날까지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시겠다고 말씀하셨다. 이 말씀이 지상 생활을 마치면서 하신 마지막 말씀이다. 주님께서는 승천하셨지만,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신다. 주님께서 함께 계신다는 말씀은 주님께서 우리에게 힘을 주시고, 우리가 행하도록 능력을 주시겠다는 말씀이다. 주님께서 함께 계시고, 손을 붙잡아 주시며, 힘과 능력을 주시니 무엇이 두렵겠는가! 아무것도 두려워할 것이 없다. 함께 계신 주님만 믿고, 주님 손잡고 나아가면 된다. 복음을 전하는 것도 내가 전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전하신다. 나는 다만 주님의 도구가 되어 주님 말씀만 던지면 된다.

 

오늘 모든 민족의 복음화를 위한 주일을 보내면서, 먼저 주님을 알고 만나고 느끼며 체험하는 주님의 산으로 올라가자. 우리 안에 주님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고, 의심과 불안이 고개를 쳐들더라도 두려워하지 말고, 지그시 눌러 이기자. 주님께서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으셨으니, 주님을 믿고, 주님 힘으로 복음을 전하자. 모든 이에게 세례를 줌으로써 모두가 하느님의 자녀가 되고, 하늘나라의 시민이 되도록 하자. 주님 가르침인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실천하자. 주님께서 세상 끝날까지 언제나 함께 계시니, 주님 힘 믿고, 힘 받고, 주님 힘으로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