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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 제1주일 나해(마르 13, 33-37) 조심하고 깨어 지켜라

세심정 2023. 12. 2. 15:08

지난 주일은 온 누리의 임금이신 그리스도 왕 대축일이었다. 그리스도께서는 영광에 쌓여 우리에게 오실 터인데, 이는 우리에게 하느님의 영광을 주시기 위함이다. 우리는 모두 하느님의 영광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하느님의 영광을 받기 위해 우리 마음이 열려 있어야 하는데, 이 열린 마음이 곧 사랑의 마음이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하느님께서 당신 모습대로 창조하신 사람을 사랑해야만 하느님의 영광을 받을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함으로써 하느님의 영광을 받고 천국 복락을 누리자는 말씀을 드렸다.

 

오늘은 교회력으로 새해가 시작되는 첫 주일이다. 교회는 새해 첫날을 주님을 맞이하기 위해 준비하는 대림 제1주일로 시작한다. 오시는 주님을 맞이하기 위해, 하느님을 만나 뵙고, 천국 영광을 누리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준비하며 살아야 할까? 대림절은 오시는 주님과 천국 영광을 맞이하기 위해 준비하는 절기이다. 새해 첫 주일에 교회가 선택한 복음은 마르코 복음 1333~37절이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 군중에게 조심하라고 가르치신다.

새해를 시작하면서, 특히 오시는 주님을 맞이하기 위한 그리스도인의 자세는 먼저, 조심하는 자세이다. 조심해야 하는 까닭을 오늘 복음 전 대목에서 여러 가지 재난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신다. 그리스도께서 재림하시기 전, 가짜 그리스도가 설치고, 수많은 전쟁과 자연재해가 일어나며, 환난과 박해가 있을 것이므로 조심하라고 가르치신다. 이러한 것들은 하느님께 나아가려는 우리를 방해하기 위한 악마의 수단이다. 우리가 하느님께 가까이 가려고 할 때, 악마들이 더 설치며 방해한다. 우리가 하느님과 멀어지려고 하면 악마는 할 일이 없지만, 우리가 하느님께 가까이 가려고 하면 온갖 수를 쓰면서 방해한다. 그래서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던 교우 가운데 죽음이 임박할 때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 하느님을 배반하는 경우가 있다. 악마는 그만큼 집요하게 우리를 유혹한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조심하라고 가르치신다.

우리나라에서도 새해 첫날인 설날을 근신하여 경거망동을 삼간다.”라는 의미에서 신일(愼日)이라고 불렀다. 한 해를 열면서 조심하고 삼가는 마음으로 시작하였다. 세상에 악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악마는 우리가 옳은 길을 걷지 못하고 죄에 빠지도록 유혹한다. 조심하지 않으면 이내 악의 유혹에 넘어가고 만다. 오죽하면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속담이 있겠는가! 돌다리라고 믿고 건너가려고 했는데, 돌다리가 아니라 돌다리처럼 생긴 썩은 나무다리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매사에 조심해야 한다.

 

둘째로, 예수님께서는 깨어 지키라고 가르치신다. 그날과 그 시간, 그때가 언제 올지 모르고, 오직 아버지만 아시기 때문에 깨어 지키라고 가르치신다. 우리가 언제 주님과 얼굴을 직접 대할지, 언제 이 지상 삶을 마감할지 전혀 모른다. 일반적으로 늙어 노쇠하면 그만큼 주님께 가까이 갈 것이라고 짐작하겠지만, 전혀 알 수 없다. “무른 감도 떨어지고 땡감도 떨어진다.”는 속담처럼 병이나 사고로 젊은이도 죽고, 늙은이도 죽는다. 그러므로 언제 죽어 하느님을 직접 만나 수 있도록 준비하며 살라고 가르치신다.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라는 라틴어 격언이 있다. 언제 죽어도 미련 없이 죽을 수 있도록 죽음을 준비하며 살라는 말씀이다. 또한 가톨릭 묘지에는 오늘은 나, 내일은 너라는 말씀이 적혀 있다. 우리는 영원히 살지 못하고 언젠가 이 묘지에 묻힐 것이니, 생에 미련을 두고 죄악을 행하지 말고, 하느님 만날 준비하며 살라는 가르침이다.

그러므로 주님을 직접 뵐 준비를 하며 살아가야 한다.

 

셋째로, 주인이 집을 떠나면서 종들에게 권한을 주어 각자에게 할 일을 맡겼듯이, 주님께서는 우리 각자에게 알맞은 일을 맡겨주셨다. 각자가 할 일이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탈렌트이며, 또한 우리가 짊어져야만 하는 각자의 십자가이다. 예수님께서는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마태 16, 24)라고 가르치셨다. 그러므로 주님으로부터 받은 재능과 능력을 잘 활용하고, 자기 십자가를 잘 지고 살아야 하겠다.

 

마지막으로 주인이 갑자기 돌아와 잠자는 것을 보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가르치신다.

성경에서 잠은 게으름(잠언 6, 4; 20, 13)이나 영적 태만(로마 13, 11; 에페 5, 14; 1테살 5, 6), 또는 육체적인 죽음(2사무 7, 12; 11, 43; 2역대 21, 1; 마태 9, 24)을 뜻한다. 그러므로 이 세상에 살면서 게으름에 빠져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거나 남에게 떠맡기지 말고, 부지런히 자신이 맡은 일을 충실히 행하라는 가르침이다. 특히 영적으로 잠이 들어 세상 유혹과 악마의 유혹에 빠지지 말고 하느님을 향해 정진하라는 가르침이다. 게을러서 자기 일을 하지 못하거나 유혹에 빠져 영적으로 태만하면 하느님 앞에 나아가서 고개를 들 수 없으므로 깨어 있으라는 가르침이다.

 

교회력으로 새해를 시작하면서 교회는 영적으로 잠들지 말고 깨어 있으라고 권고한다. 주님을 만나 뵐 자세는 깨어 있는 자세이다. 게으름에 빠져 자신의 소명과 사명을 등한시하거나 세상 유혹과 악마의 유혹에 빠지지 말고 영적으로 깨어 있으라고 권고한다. 이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 하느님 나라에 가야 하므로, 깨어 있으면서 하느님을 뵐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러므로 새해 첫날부터 자신의 소명과 사명에 충실하고, 하느님 나라를 희망하며 하느님 나라를 향해 힘차게 걸어가기 위해 늘 깨어 있도록 하자. 하느님을 뵙기 위해 깨어 준비하는 신앙인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