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5주일 나해(마르 1, 29-39) 손잡아 일으키자
지난 주일 복음은 예수님께서 카파르나움 회당에서 사람들을 가르치시고, 더러운 영을 쫓아내신 대목이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들은 사람들은 넋을 잃을 정도로 뜨거운 감동을 받았다. 그러므로 우리도 하느님 말씀을 통해 뜨거운 감동을 받고 말씀의 힘과 능력으로 살아가자. 악령은 사람이 있는 곳에는 어디든지 따라가 우리가 하느님께 나아가는 데 방해하는데, 악령과는 타협하려고 하지 말고, 단호히 꾸짖어 물리치자는 말씀을 드렸다.
오늘 제1 독서 욥기에서 욥은 하느님께서 주신 3대 축복이라는 건강, 자녀, 재산의 모든 것을 잃고, 인생의 허무함을 토로한다. 제2 독서 코린토 전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주님께 온전히 사로잡혔기에 복음을 전할 수밖에 없었고, 복음 전파를 위해 모든 일을 한다고 설파한다. 오늘 복음은 지난 주일 복음 다음 대목으로 예수님께서 병자를 치유해 주시고, 마귀를 쫓아내심으로써 건강과 아름다움을 되찾게 해주시고, 복음을 전파하시는 모습을 보여준다.
회당에서 악령을 쫓아내신 예수님께서는 시몬과 안드레아의 집으로 가셨다. 시몬의 장모가 열병으로 누워있었다. 이 열병은 갈릴래아 호수 근처의 지방에서 흔히 발병했던 풍토병의 일종으로 만성질환이다. 사람들은 예수님께 그 부인의 사정에 대해 알려드렸다.
우리가 오늘 첫 번째로 묵상해야 할 점은 이웃의 어려운 사정을 주님께 대신 말씀드리는 것이다.
주님을 알지 못해서, 주님을 알긴 하지만 주님과 멀리 떨어져 있거나 주님 앞에 나아가기 어려워서, 주님을 두려워하거나 죄가 크고 많아서, 주님 앞에 서기를 어려워하는 이들이 많다. 그들은 나름대로 어려운 사람들이며,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이들을 위해서 주님과 가까운 이들, 주님을 만나고 대화하는 이들이 다리를 놓아주어야 한다. 예수님께서 하느님과 인간 사이에 다리를 놓아주시기 위해 강생하셨듯이, 주님의 제자인 우리도 주님과 사람들 사이에서 다리가 되어야 한다. 이웃을 위한 기도, 어려운 이들, 도움이 필요한 이들, 외롭고 쓸쓸하게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중재 기도를 드려야 한다.
사람들이 시몬의 장모가 겪고 있는 여러 가지 사정을 주님께 말씀드린 것은 곧 주님께 중재 기도를 드린 것이다. 우리 가족을 위해, 이웃과 친척, 친지는 물론 고통받는 이들, 하느님을 모르는 이들 등, 우리는 그들을 위해 하느님과 그들 사이에 다리를 놓아주고, 그들이 하느님을 만나고, 치유되도록 그들을 도와주어야 한다. 우리 자신이 또 하나의 그리스도이므로, 그리스도처럼 세상을 위한 중재의 역할을 해야 한다.
둘째로, 예수님께서 부인에게 가시어 ‘손을 잡아 일으키시니’ 부인에게서 열이 가셨다.
‘손을 잡아 일으키시니’라는 말씀이 오늘 우리가 깊이 묵상해야 할 말씀이다. 주님께서는 병든 이들, 마음의 병이나 육신의 병 등, 모든 병든 이들을 일으키신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본연의 상태를 되찾아, 복되고 건강하게 살기를 원하시기에 주님께서는 손을 잡아 일으키신다. 어떤 어려움, 고통, 시련, 실패 등으로 상처를 받고 아파 누워있을 때, 주님께서는 우리 손을 잡아 일으키신다. 주님께서 우리 손을 잡아 일으키심으로써 모든 병고와 실패, 어려움에서 벗어나 해방되도록 하신다. 육체적, 정신적 질병에서 해방되고, 마귀를 쫓아내고, 낙담과 절망에서부터 벗어나게 해주신다.
그러므로 우리는 주님 손 잡고 일어나야 한다. 다른 어떤 것을 잡으려 하지 말고, 오직 주님 손을 잡으려 해야 하고, 주님 손 잡고 일어나 일해야 한다.
셋째로, 주님께서 손잡아 일으키시자, 부인은 일어나 그들의 시중을 들었다. 시중드는 것은 식탁 봉사를 의미하는데, 식탁 봉사는 당시 여성이 해야 할 일이다. 그녀는 병에서 해방되자마자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했다. 특히 주님과 제자들을 위해 시중들었다. 병, 실패, 악에서 벗어나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이란 주님을 위해서 하는 일이다. 하느님의 창조 목적에 따라 살며 행하는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하느님 모습을 닮은 사람이 “자식을 많이 낳고 번성하여 땅을 지배하며, 온갖 생물을 다스리도록”(창세 1, 28) 사람을 창조하셨다. 그러므로 사람은 하느님께서 시키시는 대로 하느님의 일을 해야 한다. 땅과 온갖 생물을 다스리는 것, 모든 피조물이 하느님 뜻에 합당하게 살고 번성하도록 하는 것, 그것이 사람이 해야 할 일이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일을 하시기 위해 강생하셨다. 사람들이 악령과 모든 질병에서 해방되고 치유되어 자유를 얻도록 하시기 위해, 사람이 건강하고 아름답게 살도록 하시기 위해 강생하셨다. 그래서 그 많은 병자와 악령 들린 이들이 찾아왔을 때, 조금도 꺼림직하게 여기지 않으시고, 그들 모두를 고쳐 주시고, 악령을 쫓아내 주셨다.
그러므로 우리도 치유되고, 악령에게서 해방되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나에게 주어진 소명과 사명, 책임과 의무에 충실해야 한다. 내가 할 일을 함으로써 하느님 창조 사업에 협력해야 한다.
넷째로 묵상해야 할 점은 “새벽 아직 캄캄할 때, 예수님께서는 일어나 외딴곳으로 나가시어 그곳에서 기도하셨다.”라는 점이다. 외딴곳은 광야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광야는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에서 탈출하여 약속의 땅에 들어가기 전 40년 동안 떠돌아다니며 하느님을 체험한 곳이다. 즉 하느님과 만나는 소중한 장소이다. 주님께서는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 외딴곳으로 가셨고, 기도를 통해서 하느님을 만나고, 하느님 안에 머물고, 하느님 말씀을 들었다.
예수님께서는 늘 기도하셨다. 세례받으실 때(루카 3, 21), 열두 제자를 뽑으시기 전(루카 6, 12), 오천 명을 먹이시는 기적을 행하실 때(마르 6, 41.46), 제자들에게 중요한 질문을 하실 때(루카 9, 18),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변모하실 때(루카 9, 28), 베드로가 당신을 부인할 것을 예고하실 때(루카 22, 32), 겟세마네 동산(14, 32.35-36.39), 십자가 위(루카 23, 34), 엠마오에서 제자들과 함께 빵을 나누시면서(루카 24, 30), 예수님께서는 항상 기도하셨다. 기도는 예수님의 영적 양식이며, 하느님 능력을 발휘하는 원천이었다.
그러므로 우리도 하느님 일을 하기 위해서는 하느님을 만나고, 하느님 안에 머물고 하느님 말씀을 들어야 한다. 인도의 성녀라고 일컬어지는 마더 테레사에게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다. 그분이 창립한 사랑의 선교 수도회는 죽어가는 이들, 병들고 굶주린 이들을 위해 헌신했다. 그런데 헌신하면 헌신할수록 병자와 굶주린 이들이 더 많아졌고, 더 바빠졌다. 그래서 수녀님들이 테레사 수녀님에게 너무 바쁘니까 기도 시간을 줄여달라고 청했다. 그러자 수녀님은 그렇게 더 바쁘면 기도 시간을 더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실제로 마더 테레사 수녀님은 매일 3시간 이상씩 기도했다고 한다. 수녀님은 기도를 통해 하느님을 만나고, 하느님 안에 머물며, 하느님 말씀을 듣고, 하느님으로부터 힘을 받았다.
우리가 하느님으로부터 힘을 받기 위해서 외딴곳에서 홀로 머물며, 하느님을 만나야 한다.
마지막으로 예수님께서는 “다른 이웃 고을들을 찾아가자. 그곳에도 내가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 사실 나는 그 일을 하려고 떠나온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예수님께서는 모든 이를 살리시려고 강생하셨다. 모든 병자를 고쳐 주시고, 모든 악령을 쫓아내시어 모든 사람이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그 상태로 건강하고 아름답게 살아가도록 하시기 위하여 강생하셨다. 이를 위해 제자들을 불러 모으시고, 제자들에게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마태 28, 19-20)라고 명령하셨다. 주님의 제자이며 또 하나의 그리스도인 우리는 주님 명령에 따라 모든 이에게 복으을 전하고, 모든 이들이 창조하신 그 모습을 되찾아 아름답고 건강하게 살도록 복음을 전해야 한다.
그리스도인은 병들고 악령에 시달리는 이들이 그리스도를 만남으로써 병을 고치고 악령이 쫓아나도록 해주는 중재 역할을 해야 한다. 그들을 위해 중재 기도를 해야 한다. 그들을 주님 앞으로 나아오도록 해야 한다. 그리스도인은 병들고 마귀들린 사람의 손을 잡아 일으켜, 건강을 회복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하여 그들이 건강함과 아름다움을 되찾고 자기가 해야 할 일, 하느님께서 주신 사명과 소명에 충실하게 해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외딴곳에서 기도를 통해 주님을 만나고, 주님으로부터 힘을 얻어야 한다. 그리고 그 힘으로 이웃에게 복음을 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