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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3 주일 나해(요한 2, 13-25)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전하는 성전

세심정 2024. 3. 2. 13:20

지난 주일 복음은 예수님께서 세 제자와 함께 높은 산에 오르시어 천국 영광을 보여주시는 대목이었다. 구약성경을 대표하는 모세와 엘리야가 나타나 예수님과 함께 인류 구원을 위한 예수님의 십자가상 희생 제사에 대한 말씀을 나누었는데, 이는 구약이 예수님을 통해 완성됨을 의미한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라는 음성은 예수님이 하느님께 철저히 순종하시어 십자가상에서 목숨을 바치셨듯이, 그리스도의 제자들은 주님 말씀에 철저히 순종해야 한다는 가르침이기도 하다. 제자들은 높은 산에서 천국 영광을 깊이 체험함으로써 주님을 충실히 따르고, 주님을 위해 목숨까지 바치는 사도가 되었다.

 

오늘 제1 독서는 계명에 관한 말씀이다. 십계명은 하느님, 이웃에 대한 관계의 계명이라고 할 수 있다. 계명을 잘 지킴으로써 하느님, 이웃, 자연과 좋은 관계를 맺고 살아야 한다. 2 독서에서는 기적이나 인간적 지식을 구하기보다 하느님의 뜻에 온전히 순종하여 십자가를 잘 져야 함을 묵상해야 하겠다. 복음은 예수님께서 성전을 정화하신 사건에 대한 말씀이다.

 

예루살렘 성전은 유다의 종교적, 경제적, 정치적 중심지였다. 성전은 하느님께서 유다 백성과 함께 계시어 백성을 만나는 장이었다. 유다 백성은 성전에서 하느님께 제사를 봉헌함으로써 죄를 용서받고 축복받았다. 이스라엘 성인 남성은 파스카, 오순절, 초막절 축제에는 성전 참석 의무가 있었다. 성전에서는 아침저녁으로 소제, 전제와 함께 번제를 드렸고, 그 외에도 속죄제나 친교제 등 많은 제사를 봉헌했다. 백성은 십일조를 바쳤고, 20세 이상의 남성은 해마다 이틀 품삯에 해당하는 성전세를 바쳤으며, 성전 안에는 13개의 헌금통이 있어서 많은 이가 봉헌했다. 그 외에도 개인이 봉헌하는 자원 예물도 많았기에 성전은 경제적 중심지였다. 성전에는 최고 의회인 산헤드린 회의실이 있었고, 성전을 총괄하는 대사제가 의회의 장이었다. 로마는 사형과 세금 징수에 관한 권한 이외에는 대사제가 다스리고 관리하도록 했기에 성전은 정치적 중심지였다.

 

성전의 이방인 뜰은 하느님을 알지 못하는 이방인도 들어와 축복받을 수 있는 장소였는데, 이곳에서 제사에 사용되는 제물을 판매하고, 성전 밖에서 통용되는 일반 화폐를 성전 안에서만 사용하는 화폐로 환전해 주는 장사꾼이 있었다. 이는 먼 지역에서 오는 순례자들의 편익을 위한 배려였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제물을 비싸게 팔고, 환전 차익을 크게 하여 폭리를 취함으로써 순례자들의 재산을 강탈했다. 하느님을 보여주고 하느님께서 축복하시도록 하는 성전을 더럽히고, 가난한 순례자의 재산을 빼앗는 강도의 소굴로 만들었다.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집인 성전이 더럽혀지는 것을 보실 때,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을까?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사랑하시는 예수님께서 그들이 착취당하는 것을 보실 때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을까? 당신 몸이 곧 성전이라고 말씀하신 주님께서 성전에서 벌어지는 불법과 악행을 바라보실 때 얼마나 힘드셨을까?

예수님 마음속에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기 위한 의분이 넘쳤다. 예수님께서는 환전상의 탁자를 뒤엎고, , 소와 함께 장사꾼들을 내쫓으셨다. 이 사건은 유다의 정치, 종교, 경제를 담당하는 대사제와 최고 의회가 바라볼 때, 그들을 모독하고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이 사건으로 인해 예수님께서는 병사들에게 붙잡히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게 되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때, 인류 구원의 때,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실 때가 왔음을 알고 계셨으며, 이를 향하여 의연하고 꿋꿋하게 걸어가셨다.

 

우리는 먼저 성전은 하느님의 거룩한 집임을 생각해야 한다. 성전은 온갖 더러움과 때, 비리와 악, 위선과 폭력 등에서 온전히 자유로운 거룩한 구역이어야 한다. 성전은 하느님의 축복과 은총, 사랑과 기쁨, 평화, 편안함과 안식이 넘쳐나고 누리는 거룩한 사랑의 집이 되어야 한다. 많은 죄인이 용서받고 아픈 이들이 치유되며, 육체적, 영적으로 죽음에서 벗어나 새 생명을 얻는 집이어야 한다. 이처럼 은총과 축복, 거룩한 사랑의 성전을 우리 자신이 만들어 가야 한다. 우리가 성전에서 행하는 모든 행위가 이웃들에게 축복과 은총을 주고 평화와 안식을 주도록 해야 한다.

 

둘째, 예수님께서는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라고 말씀하시면서 당신 몸이 성전이라고 말씀하셨다. 성전은 하느님의 집, 하느님을 보여주고 만나도록 하는 집이다. 예수님은 하느님을 보여주셨다. 하느님 아버지를 뵙게 해달라는 필립보에게 예수님께서는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요한 14, 9)라고 말씀하심으로써 하느님을 보여주는 성전임을 확실히 알려주셨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숨을 거두실 때, 성전 휘장이 위에서 아래까지 큰 폭으로 찢어져, 지성소가 사람들 앞에 드러났다. 하느님께서 현존하시는 장소인 지성소가 사람들 앞에 드러났으므로 사람들이 하느님을 직접 뵙게 되었고, 하느님을 직접 뵙는 모든 사람은 죽는다. 그런데 아무도 죽지 않았다. 예수님이 십자가상 죽음을 통하여 성전 휘장이 되시어 사람들을 감싸주시고 보호하시기 때문이다. 이제 지성소는 예루살렘 성전 안에 있지 않다. 지성소는 예수님 안에 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이 산도 아니고 예루살렘도 아닌 곳에서 아버지께 예배를 드릴 때가 온다. 그러므로 그분께 예배를 드리는 이는 영과 진리 안에서 예배를 드려야 한다.”(요한 4, 21.24)라고 말씀하셨다. “하느님은 한 분이시고 하느님과 사람 사이의 중개자도 한 분이시니 사람이신 그리스도 예수님이십니다.”(1티모 2, 5) 예수님이 유일한 성전이고 중재자이시다.

그러므로 우리가 하느님께 나아가기 위해서는 예수님 말씀을 잘 듣고 실행해야 한다. 주님의 이 말씀을 듣고 실행해야만 어떤 시련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는다(마태 7, 24-25).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상에서 하느님과 인간을 화해시키는 희생 제사를 봉헌하셨고, 그리하여 하느님과 인간이 만나는 성전이 되셨다.

 

셋째, 우리 자신이 하느님의 성전이다. 사도 바오로는 여러분이 하느님의 성전이고 하느님의 영께서 여러분 안에 계시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모릅니까? 누구든지 하느님의 성전을 파괴하면 하느님께서도 그자를 파멸시키실 것입니다. 하느님의 성전은 거룩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바로 하느님의 성전입니다.”(1코린 3, 16-17)라고 말했다. 그리스도인은 주님 말씀을 듣고 간직하며, 주님의 몸인 성체를 받아 모시고 간직하는 성전이다. 사람들은 우리 그리스도인을 보고 하느님을 느끼고 그리스도를 만난다. 그러므로 성전인 우리 자신을 소중하고 귀하게 여겨야 한다. 하느님의 성전인 자신을 거룩하게 해야 한다.

 

성전은 거룩하신 하느님을 보여주고 우리가 지은 죄를 용서하고 하느님의 은총과 축복을 전해주는 하느님의 집이다.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가 이 성전을 통하여 이웃에게 전파된다. 나아가 예수님이 하느님의 성전이다. 당신 자신을 십자가상 희생제물로 바치심으로써 인류를 죄에서 해방하시고 구원하신 성전이다. 또한 우리 자신이 하느님의 성전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웃의 허물과 죄를 용서해 주고, 이웃에게 하느님의 은총과 축복을 전하며, 사랑과 기쁨의 삶을 살도록 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