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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체 성혈 대축일 나해(마르 14, 12-16.22-26) 영원한 생명의 양식

세심정 2024. 6. 1. 16:24

지난 주일은 삼위일체 대축일이었다. 하느님은 한 분이신데, 성부, 성자, 성령으로 구분되시며, 이는 사랑의 신비인 동시에 인간 구원의 신비이다. 하느님은 당신 외아들을 세상에 보내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실 정도로 사람을 사랑하시며 구원하시는 하느님이시다.

오늘 제1 독서는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과 계약을 맺는 내용이다. 생명의 근원인 피로 계약을 맺음으로써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이 한 생명이 되었음을 상징하는 동시에, 계약을 어기면 죽임을 당한다는 것을 상징한다. 이는 신약에서 주님께서 피로 맺을 새 계약의 예표이기도 하다. 2 독서는 주님께서 대사제로 오시어 당신 피로서 단 한 번의 제사를 봉헌하시어 모든 사람의 죄를 용서하심으로써 영원한 하느님 나라를 상속받게 해주셨다는 말씀이다. 복음은 예수님께서 마지막 만찬을 하시면서 당신 피로 새 계약을 맺으시어 우리를 구원하시는 내용이다.

 

성체 성혈 대축일은 주님께서 마지막 만찬 때 빵과 포도주를 당신 몸과 피로 축성하시어 제자들에게 주심으로써 새 계약을 맺으시고, 제자들과 늘 함께하시며 당신 사랑 안에 살도록 하심을 기억하는 날이다. 주님께서는 당신 사명을 완수하시는 십자가상 희생 제사를 앞두고, 파스카 축제 때에 이 축일을 제정하셨다. 오늘 이 축일이 주는 의미를 몇 가지 묵상하자.

 

먼저 하느님께서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과는 동물의 피로 계약을 맺으셨지만, 신약에서는 당신 아드님의 피로서 계약을 맺으셨음을 묵상하자. 오늘 제1 독서의 말씀처럼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을 당신 백성으로 삼으시기 위해 황소의 피로 계약을 맺으셨다. 그러나 우리를 자녀로 삼으시기 위해서는 하느님의 피로 계약을 맺으셨다. 동물의 피와 사람의 피도 차이가 큰데, 사람을 넘어선 하느님의 피이므로 얼마나 큰 차이가 나는가! 우리를 위해 하느님께서 피를 흘리셨으므로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가 될 수 있었다. 하느님께서는 아드님의 피로 우리와 계약을 맺으실 정도로 우리를 소중하고 귀하게 여기시며 사랑하신다. 우리는 그처럼 사랑받는 하느님의 소중한 자녀이다. 그러므로 아드님의 피로 우리를 살리시고 구원하시는 하느님 사랑에 감사드리며, 그 사랑을 품에 안고 살아가자.

 

둘째, 오늘 제2 독서에 따라 예수님께서는 대사제로 오시어 당신의 피를 가지고 단 한 번 성소로 들어가시어 영원한 해방을 얻으심으로써 모든 이가 죄로부터 속량되어 영원한 상속을 받게 하셨다. 그리스도의 피는 우리 죄를 깨끗이 씻어 없애주시는 거룩하고 보배로운 피, 보혈이다. 우리는 그 피로 죄를 용서받았고 구원되어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되었다.

 

셋째, 주님께서 파스카 양으로 오셨음을 묵상하자. 그래서 주님께서는 성전에서 파스카 양을 잡는 오후 3시에 운명하셨다. 구약의 파스카 양은 죄인을 대신하여 죽음으로써 죄인을 살리는 순진무구한 양이다. 죄도 흠도 없지만, 사람을 대신하여 피 흘려 죽고, 자신을 사람의 양식으로 내어주어 살리는 흠 없는 양이다. 구약의 파스카 양은 신약의 그리스도를 미리 보여준다.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주님께서는 흠도 죄도 없지만, 모든 사람을 죄에서 해방하시고 구원하시기 위하여 십자가상에서 피 흘리시며 돌아가셨을 뿐만 아니라 당신 자신을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으로 내어주셨다.

우리는 주님께서 주시는 일용할 양식으로 살아간다. 이 양식은 육신의 양식이기도 하지만, 영적 양식인 성체도 뜻한다. 우리는 매일 성체를 영함으로써 영혼의 양식으로 살아간다. 주님은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는 생명의 양식이다. 우리는 이 생명의 양식을 먹음으로써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

음식은 먹는 이의 살과 피가 되고, 혼과 정신이 된다.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사람이 달라진다. 호랑이나 사자가 풀을 먹을 수 없고, 토끼나 양이 고기를 먹을 수 없다. 그렇게 먹으면 심한 질병에 시달린다. 1980년대 영국에서 시작된 일명 광우병 사태는 소들에게 풀 대신에 고기를 먹도록 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정확한 명칭은 소해면상뇌증인데, 뇌에 구멍이 숭숭 떨려 죽는 병이다. 현재도 사슴과 같은 동물에게서 계속 진행되고 있으며, 치료 방법이 없다고 한다. 먹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살기도 하고 죽기까지 한다. 그러니 좋은 음식을 잘 먹어야 한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음식이 약이고, 약이 음식이다.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약으로도 고치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니 좋은 음식을 잘 먹어야 한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당신 자신을 생명의 양식으로 내어주심으로써 우리가 주님을 먹고, 주님이 되어 주님으로 살아가도록 하셨다. 우리 자신이 주님이 되도록 하셨다.

 

오늘 성체성혈 대축일을 보내면서 우리 자신이 하느님의 소중하고 귀한 사랑받는 자녀이며, 하느님의 피로 죄를 용서받고 구원되어 영원한 생명을 누림을 마음속 깊이 간직하자. 주님께서 당신 자신을 우리에게 일용할 생명의 양식으로 내어주심으로써 우리가 주님을 먹고 마심으로써 주님이 되고, 이 세상을 주님으로 살아가도록 하셨음을 믿고, 주님으로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