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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함께
연중 제19주일 나해(요한 6, 41-51) 주님께 나아가는 신앙인 본문
지난 주일 복음은 주님께서 영원한 생명을 주는 생명의 빵이라고 말씀하시는 대목이었다. 육신, 지상 삶이 중요하지만, 영혼, 영원한 생명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므로 영원한 생명을 얻도록 하자는 말씀을 드렸다. 메테오라 수도원의 교리당에 그려진 순교 성화는 영원한 생명을 온갖 고문과 박해를 받으며 순교하는 순교자의 모습을 그림으로써 영원한 생명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교리였다는 말씀을 드렸다.
오늘 제1 독서는 왕후 이제벨이 자신을 죽이려고 한다는 소식을 들은 엘리야 예언자가 광야로 도망쳐 로뎀나무(싸리나무) 아래에서 잠들었다가 주님의 천사가 보낸 빵과 물로 원기를 회복하여 밤낮으로 40일 동안 기도하며 걸어서 하느님의 산 호렙에 갔다는 내용이다. 제2 독서는 성령의 인도하심에 따라 모든 원한, 분노, 중상, 악의 등을 내버리고, 하느님의 자녀답게 자비와 용서로 사랑을 실천하라는 가르침이다. 복음은 지난 주일에 이어 생명의 빵에 관한 대목이다.
빵을 배불리 먹은 군중은 예수님을 왕으로 모시고 싶어 찾아왔다. 예수님처럼 빵을 주시고, 삶을 풍요롭게 해주시는 분이 왕이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고 힘써라.”라고 말씀하시면서 하느님의 일을 하는 것이란 하느님께서 보내신 당신을 믿는 것이고, 당신 자신이 하늘에서 내려온 생명의 빵이라고 말씀하시니, 군중은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어안이 벙벙하였다. 그들은 아무리 눈을 비비고 보아도 예수님이 생명의 빵이 아닌 보통 사람, 자신들과 같은 사람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들 가운데에는 예수님과 같은 고향 사람도 있었다. 그들은 예수님 요셉의 아들이며, 그 부모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빵이다.”라고 말씀하시는 예수님을 더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예수님께서 병자를 치유하시고, 죽은 이를 소생시키시며, 마귀를 쫓아내시고, 장정만도 5,000명이나 되는 군중을 배불리 먹게 하시는 기적을 보았지만, 그들은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 까닭이 무엇일까? 그들은 예수님의 겉만 보았지, 예수님 안에 계시고, 예수님과 함께하시는 하느님, 예수님을 통해서 활동하시는 하느님을 보지 못했고, 예수님의 속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인도하시어 영원한 생명을 주고자 하셨지만, 그들은 예수님의 겉만 보고, 그들에게 육신의 이익을 주는 빵만 생각했다. 그들은 육신 이익인 빵에 사로잡혀 영원한 생명을 생각하지도, 알지도, 믿지도 않았다. 그래서 “내 아버지의 뜻은 또, 아들을 보고 믿는 사람은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이다. 나는 마지막 날에 그들을 다시 살릴 것이다.”(요한 6, 41)라는 예수님 말씀을 듣고 수군거렸다.
예수님께서는 육신의 빵을 통해 영원한 생명의 빵에 대해 가르치시고, 육신을 배부르게 해주셨듯이 영혼을 배부르게 해주시려고 그들을 이끄셨지만, 그들은 예수님을 믿지 않고, 예수님 말씀을 거부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나를 보내신 아버지께서 이끌어주지 않으시면 아무도 나에게 올 수 없다.”라고 말씀하셨다. 오늘 우리가 첫째로 묵상할 말씀이다.
‘아버지께서 이끌어주지 않으시면’이란 하느님께서 주시는 깊은 체험이며, 하느님과의 만남이다. 많은 성인이 하느님을 깊이 체험했고, 그 체험을 통해 하느님께서 이끄시는 삶을 살았다. 성경에 나오는 수많은 성인, 아브라함, 야곱, 요셉으로부터 엘리야, 이사야 등, 많은 이가 자신을 포기하고 하느님의 인도에 따랐다. 심지어 힘들고 고통스럽고, 죽음의 목전까지 갔으면서도 하느님 뜻에 따라 하느님 말씀을 선포했다. 그 모든 것이 하느님께서 이끌어주셨기 때문이다.
하느님께서 이끌어주신 성인 가운데 대표적 인물이 리지외의 성녀 데레사이다. 그녀는 5살이 채 못 된 1877년 8월 28일 어머니를 여의고 어머니를 잃은 충격으로 내성적인 아이가 되어 둘째 언니인 마리 폴린느의 돌봄을 받으며 성장했다. 10살 무렵 둘째 언니마저 첫째 언니가 있는 가르멜 수녀원에 입회하자 그 상실감으로 인해 심하게 앓았는데, 때로는 경련과 환각을 일으키기도 하고 의식을 잃기도 했다. 그런데 1883년 5월 13일 ‘미소의 성모상’ 앞에서 기도하던 중 성모님께서 미소 지으며 자신에게 다가오시는 모습을 보고 병이 나았다. 성녀 데레사는 1886년 성탄 밤 미사 직후, ‘완전한 회개의 은혜’라고 부른 특별한 은총을 받았고, 자신의 영혼 안에 사랑이 깃드는 것을 체험했고, 이웃을 위해 자신을 온전히 잊어야 하는 이타적 사랑을 깨달았다. 또한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의 상본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영혼 속에서 불타오르는 열망, 즉 다른 영혼들을 돕고 싶은 사랑의 열망에 사로잡혔다. 성탄절의 특별한 회심의 은총을 통해 그녀는 예수 그리스도와 사람들에 대한 사랑의 삶을 자신의 소명으로 삼았다. 성녀는 15살 때인 1888년 4월 9일 리지외의 가르멜 수녀원에 입회했으며 1897년 24살의 젊은 나이로 선종할 때까지 9년 반 동안 지극히 평범한 수도 생활을 했다. 그녀는 공동체 내부 분열로 고통을 당하기도 했지만, 이러한 갈등을 멀리하고, 기도 생활에 열중하며, 수도원 규칙을 충실히 따르고 자신에게 부여된 작은 직무들을 성실히 이행했다. 그녀는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모든 그리스도인이 따라 걸어야 하는 길을 ‘작은 길’이라고 말하며 이 길을 걸었다. 이는 어떤 삶의 방법이 아니라 영혼이 하느님 앞에 서서 지니는 가장 순수한 태도를 의미한다. 1896년 4월, 결핵으로 각혈을 시작하면서 병실로 옮길 때까지도 그녀는 수녀원의 기본 의무들을 충실히 지켰다. 1897년 8월 9일 마지막 성체를 모신 성녀 데레사는 9월 30일 저녁, “나의 하느님, 당신을 사랑합니다.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저의 소명, 마침내 저는 그것을 찾았습니다. 제 소명은 바로 사랑입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교회의 품 안에서 제 자리를 찾았습니다. 저의 어머니이신 교회의 심장 안에서 저는 ‘사랑’이 될 것입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숨을 거두었다. 성녀 데레사는 아버지와 함께 로마를 순례했을 때 외에는 고향인 알랑송과 리지외를 한 번도 떠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일평생 다른 영혼의 회개와 구원을 위해 보속의 삶을 살았기에, 교황 비오 11세는 1927년 12월 14일 그녀를 성 프란치스코 사베리오와 더불어 ‘선교 사업의 수호자’로 선포하였고, 교황 비오 12세는 1944년 5월 3일에 성녀 잔 다르크에 이어 프랑스 제2의 수호자로 선포하였다. 그리고 교황 성 요한 바오로 2세는 성녀 데레사의 선종 100주년이 되는 1997년 6월 10일 그녀를 보편교회의 교회 학자로 선포하였다.
아버지께서 이끌어주셨기에 성녀는 주님께 나아갔다. 그러므로 ‘신앙은 부르심에 대한 응답’이다. 우리는 ‘내가 믿는다.’라고 하지만, 하느님의 부르심, 인도하심이 없으면 하느님을 믿을 수 없다. 믿음은 부르심에 대한 응답이고, 그래서 믿음은 은총이다. 아무리 오래 신앙생활을 하며 계명을 지킨 교우도, 다른 교우들의 모범이 된다는 교우도 믿음이 없을 수 있다. 믿음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교우도 깊은 믿음을 가질 수 있다. 우리 신앙의 선조들 가운데에도 다른 이에게 모범이 되는 교우가 배교한 경우도 여럿 있고, 입교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교우가 순교한 경우도 있다.
예수님께서도 무엇보다도 믿음을 강조하셨다. 오늘 복음에서도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믿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라고 강조하신다. ‘진실로 진실로’로 번역된 희랍어 원문은 ‘아멘, 아멘’이다. 아멘이라는 낱말이 ‘아만’이라는 동사에서 나왔는데, ‘아만’이란 바람이 거센 광야나 사막에서 천막을 칠 때 튼튼하게 말뚝을 박는 것을 뜻하는 낱말이다. ‘진실로, 확실히, 틀림없이, 그렇습니다.’ 등의 뜻이다. 아멘을 두 번이나 거듭 말씀하셨으니, 믿음 없이는 절대로 영원한 생명을 얻지 못하고, 믿어야만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는 말씀이다. 그러므로 무엇보다도 확실한 믿음이 필요하다. 우리는 하느님 나라를 굳게 믿고, 영원한 생명을 얻음을 확실히 믿어야 한다. 믿음 없이는 구원받을 수 없다.
이어서 “ ‘그들은 모두 하느님께 가르침을 받을 것이다.’라고 예언서들에 기록되어 있다.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배운 사람은 누구나 나에게 온다.”라고 말씀하신다.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배운 사람’은 누구나 예수님께로 온다고 강조하신다. 하느님 말씀인 성경을 열심히 연구하고 묵상하며 실천한 사람, 그는 예수님께 간다. 성경은 예수님께 인도하기 위한 하느님 말씀이며, 예수님을 통해 이루어진 하느님 말씀이고, 하느님께서 예수님을 통해 구원 사업을 완수하시기 때문이다. 성경을 열심히 연구하던 나타나엘도 예수님의 제자가 되었고, 율법 학자들도, 최고 의회 의원인 니코데모도 예수님을 찾아갔다. 하느님 말씀을 제대로 듣고 배운 사람은 누구나 예수님을 찾아갔다.
성 토마스 아퀴나스에 대한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성인은 누구보다도 뛰어난 신학자였다. 그러한 그가 불후의 명저 ‘신학대전’의 완성을 조금 앞두고, 1273년 12월 성 니콜라오 축일 미사를 마친 후에 절필했다. 조수가 이유를 묻자 “나는 계속할 수가 없어. 내가 이제껏 쓴 것들은 내가 보았고 나에게 계시된 것에 비하면 한낱 지푸라기에 불과해”라고 대답했다(나무 위키 백과)고 한다. 성인은 학문을 통해 하느님께 나아갔고, 성녀 소화 데레사는 체험으로 하느님께 나아갔다.
‘아버지께서 이끌어주시면’ 또는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배운 사람’은 주님께 나아간다. 주님께 나아가기 위해 하느님 체험이나, 하느님 말씀을 듣고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
예수님께서는 “나는 생명의 빵이다.”라고 계속 강조하시며, 오늘 복음 마지막 구절에서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라고 말씀하신다. ‘아버지께서 이끌어주시거나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배운 사람’은 이 말씀을 믿는다. 그리고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
오늘 하느님의 이끄심에 따라 하느님을 깊이 체험하고, 하느님 뜻을 따르는 신앙인이 되자. 하느님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배움으로써 주님께 나아가자. 우리가 받아 모시는 성체가 영원한 생명을 주는 주님의 살임을 굳게 믿고, 영원한 생명을 누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