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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정 축일(루카 2, 41-52) 주님을 모시고 살자.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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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정 축일(루카 2, 41-52) 주님을 모시고 살자.

세심정 2024. 12. 29. 03:19

1차 세계대전은 전사자 900만 명, 민간인 사망자 600만 명, 부상자 2,700만 명, 불구자 600만 명, 미망인 400만 명, 고아 800만 명을 남겼다. 이런 인명 피해는 당연히 성비 불균형, 한 세대의 상실 등 사회 불안을 초래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사람이 죽었고 가정이 깨지는 아픔을 겪었다. 교회는 그 아픔을 빨리 치유하고 가정의 회복을 위해 성가정 축일을 만들었다. 성가정 축일은 모든 가정이 성가정을 본받아 사랑과 믿음으로 가득함으로써 자녀들이 예수님처럼 자라나도록 기도하자는 축일이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소년 시절을 기록한 유일한 복음이다.

예수님의 부모는 해마다 파스카 축제 때에 예루살렘으로 가곤 하였다. 유대 성인 남성은 1년에 3, 파스카(해방절), 오순절(칠칠절), 초막절에 예루살렘 성전에 참여하되, 적어도 1년에 한 번, 파스카 축제에 참여하도록 했다. 5~60년 전 공소에 사는 교우들이 성탄, 부활, 성모 승천 대축일에 본당 미사에 참석하는 것과 비슷하다. 나자렛에서 예루살렘까지 거리는 약 110km인데, 예수님의 부모는 해마다 파스카 축제에 참석했으니, 얼마나 신심 깊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요셉 성인과 성모님은 예수님을 데리고 축제에 참석하며 깊은 신심을 예수님께 물려주셨고, 예수님은 어릴 적부터 충실히 신앙교육을 받았다.

 

오늘 첫 번째 묵상할 점은 자녀에 대한 신앙교육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예전에는 신앙교육이 철저했다. 조과, 만과, 묵주기도를 바치도록 했고, 기도하지 않으면 밥을 주지 않거나, 학교를 보내지 않을 정도로 철저했다. 첫영성체 때에는 요리문답을 다 외우도록 할 정도로 철저히 교육했다. 요즈음 유튜브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는 김재덕 신부님은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묵주기도를 하지 않는 아이들이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밥상머리 교육이라고 하여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도덕과 예절, 삶의 태도와 가치관, 감사와 존경심 등을 가르쳤다. 그런데 잘살기 시작하면서, 많이 벌기 위해, 좋다는 학교에 보내기 위해 자녀들을 학원에 보내면서, 점점 가족이 함께 밥을 먹는 시간도 없어졌고, 밥상머리 교육을 하는 가정이 거의 없다.

잘 사는데 재물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지만, 잘 살기 위해 올바른 믿음과 인성, 가치관을 지녀야 하고, 그런 교육이 너무 아쉽다.

 

둘째, 축제 기간이 끝나고 돌아갈 때, 부모는 하룻길을 간 다음에야 예수님이 일행 가운데 없는 것을 보고, 그를 찾아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사흘 뒤에야 성전에서 예수님을 찾아냈다. 예수님이 있으실 것이라고 짐작되는 곳을 샅샅이 찾아다니셨는데, 성전에서 예수님을 찾으셨다. 그런데 예수님은 율법 교사들 가운데에 앉아 그들의 말을 듣기도 하고, 묻기도 하고 있었다.

유대인의 이러한 율법 교육을 하부르타라고 하는데, ‘하부르타는 우정이나 동반자 관계를 뜻하는 낱말이다. 즉 수준이 비슷한 친구와 짝을 지어 율법에 대해 대화하고 토론하는 학습 방식이다. 그런데 예수님은 열두 살의 어린 나이에도 율법 교사들과 하부르타를 할 정도로 율법을 알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예수님이 영특하기도 했겠지만, 요셉 성인과 성모님의 신앙교육이 철저했음을 알 수 있다.

 

셋째, 예수님의 어머니가 얘야, 우리에게 왜 이렇게 하였느냐? 네 아버지와 내가 너를 애타게 찾았단다.” 하자, 예수님이 왜 저를 찾으셨습니까? 저는 제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을 모르셨습니까?”라고 답했다. 이 말씀이 뜻하는 바가 크다. 이는 예수님이 하느님을 아버지로 굳게 믿고 있었고, 아버지의 집에 있는 자신을 왜 찾느냐는 질문이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을 항상 아빠라고 부르셨다. 제자들이 기도를 가르쳐주시기를 청했을 때 가르쳐주신 주님의 기도는 하느님을 아빠라고 부르고, 믿고, 맡기는 기도이다. 어린 예수님이 하느님을 아빠라고 굳게 믿도록 이끌어주는 신앙, 그 신앙을 성모님과 요셉 성인은 전해주셨고, 예수님은 이를 마음속 깊이 받아들였다. 또 이 말씀은 자신은 언제나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한다는 말씀이기도 하다. 그러니 자신을 찾으려면 언제나 성전으로 오라는 말씀이다.

예수님의 이 말씀은 우리에게 하시는 말씀이기도 하다. 주님을 찾으려면 언제나 성전으로 오라는 말씀이다. 주님께서는 언제나 성전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신다는 말씀이다.

 

마지막으로 성모님과 요셉 성인은 예수님이 하신 말씀을 알아듣지 못하였다. 그러나 성모님은 이 모든 일, 예수님에 관한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셨다. 주님에 관한 일들은 알아듣지 못해도 마음속에 간직해야 한다. 하느님께서 주신 말씀, 환시, 사적 계시 등은 함부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 깊이 간직하는 것이다. 마음속 깊이 간직함으로써 나 자신이 주님의 성전이 되는 것이다.

 

오늘은 성가정 축일이다. 성가정은 예수님을 모신 가정이다. 내 자녀를 예수님으로 모시면 성가정이 된다. 자녀가 없을 때, 배우자를 예수님으로 모시면 성가정이다. 가족 모두 세상을 떠나고 혼자 살면, 내 마음속에 예수님을 모시자. 그러면 성가정을 이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