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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3주일 다해(루카 13, 1-9) 열매 맺는 나무가 되자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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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3주일 다해(루카 13, 1-9) 열매 맺는 나무가 되자

세심정 2025. 3. 22. 14:29

지난 주일 복음은 예수님께서 영광스럽게 변모하신 대목이었다. 베드로, 요한, 야고보와 함께 기도하러 산에 오르신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천국 영광을 보여주심으로써 그들이 교회의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는 힘을 주셨다. 하느님을 알고 느끼는 그만큼, 하느님의 일을 더 많이 해야 한다.

 

오늘 제1 독서는 모세가 이스라엘의 영도자가 되기 위해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는 대목이며, 2 독서는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 대부분이 악을 탐하여 광야에서 죽었음을 깨닫고 악과 탐욕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경고의 말씀이다. 복음은 열매 맺지 못한 무화과나무의 비유를 통해 회개를 촉구하는 말씀이다.

 

예수님께서 사람들을 가르치고 계시는데, 어떤 사람들이 빌라도가 성전에서 갈릴래아 사람들을 학살한 일을 예수님께 알려드렸다.

유대인 남성은 1년에 세 번, 파스카(과월절), 칠칠절(오순절), 초막절 축제에 참여할 의무가 있었다. 그 가운데 파스카 축제에 가장 많이 참석했는데, 7일 축제 기간에 120만 명까지도 참석했다고 한다. 로마는 황제 숭배를 강요했고, 유대인으로부터 과중한 세금을 걷었는데, 성전세까지 빼앗아가곤 했다. 열심한 유대인은 오직 하느님만 섬겨야 하는데, 황제 숭배나 세금을 바치는 것은 우상숭배에 속하기 때문에 반발하여 독립운동을 하는 유대인들이 많았다. 특히 파스카 축제 중 많은 유대인이 성전에 모일 때 반란이 일어나기 쉬웠다. 그래서 반란을 일으키던 유대인들이 성전에서 수천, 때로는 수만 명이 학살당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 주축이 갈릴래아 사람들인 경우가 많았다.

갈릴래아 지방은 유대와 이방 지역 사이에 위치하여 헬레니즘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이방인들도 많이 살고 있었다. 그렇지만 요셉 성인처럼 신심 깊은 유대인들도 많이 살고 있었다. 기원전 2세기 중엽 유다 마카베오가 안티오코스 4세의 탄압에 대항하여 항전을 일으킬 때, 유다 지방에 살던 적극적이고 열심한 유대인들이 많이 이주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열적, 적극적, 직설적이었으며 거칠었다. 로마에 반대하여 정치적, 종교적 저항 운동을 많이 일으켰고, 열혈당원들도 많았다. 기원전 4, 갈릴래아 지방에서 반란을 일으켜, 로마 군인에 의해 2,000명 정도나 십자가형을 당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이다. 그러니 오늘 복음 말씀처럼 갈릴래아 사람들이 성전에서 처참하게 죽임을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갈릴래아 사람들의 학살 소식을 들으신 예수님께서는 그들이 다른 모든 갈릴래아 사람보다 더 큰 죄인이라고 생각하냐고 반문하시면서, 아니라고,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렇게 멸망할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오늘 우리가 첫째로 묵상할 점이다.

죄를 지었기 때문에 죽임을 당하는 것이 아니다. 죄와 죽음이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경우도 많지만, 그러지 않은 경우도 많다. 오히려 착하기 때문에 죽임당하고, 다른 사람의 죄를 대신하여 죽임당하는 경우가 더 많다. 예수님께서 죄를 많이 지어서 십자가형을 당하셨는가? 그렇지 않다. 모든 사람의 모든 죄를 대신하여 십자가형을 당하셨다.

그런데도 좋은 일이 생기면 축복받은 것이고, 불행한 일이 생기면 벌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까닭은 사회질서와 정의 구현을 위해 상선벌악(賞善罰惡)’을 가르쳐 왔기 때문이다. 교회도 4대 교리 중 하나로 상선벌악(賞善罰惡)’을 가르친다. 이 세상에서 행한 대가를 저세상에서라도 받는다고 가르친다. 하느님은 선이시고, 교회는 선을 행해야 하고, 선한 것이 옳고 마땅하며, 선이 모든 사람에게 유익하기 때문에 상선벌악을 가르친다. 사람은 누구나 착하게 살아야 한다. 특히 하느님을 믿는 사람은 더더욱 그러하다. 착한 사람은 손해를 보고, 해코지와 죽임을 당하지만, 그래도 착함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착한 사람이 당하는 고통과 죽음은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온전히 닮는 것이다. 수난과 죽음을 통한 그리스도와의 일치를 늘 기억해야 한다.

 

둘째, 착하게 살기 위해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여 회개해야 한다. 회개란 자기 잘못을 깨닫고 뉘우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삶의 방향과 태도를 완전히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땅만 쳐다보지 말고 하늘을 바라보며, 나 자신만 바라보지 말고 이웃과 하느님을 바라보며, 내 이기심과 탐욕만 채우려고 하지 말고 하느님의 뜻,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다. 직접적으로 이웃의 불행을 함께 아파하고 나누는 것이다. “아버지의 눈으로 바라보고, 아들의 눈으로 느끼며, 성령의 힘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회개하지 않으면 멸망할 것이라고 엄하게 이르신다. 그러므로 매일 미사를 봉헌하기 전에, 저녁 기도를 바치면서, 그리고 수시로, 내 삶의 방향과 태도를 확인하며 수정해야 한다. 그래서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레위 11, 45)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마태 5, 48)라는 말씀에 따라 거룩하고 완전하게 되기 위해 늘 회개해야 한다.

 

예수님께서는 열매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의 비유를 통해서 회개를 재차 강조하신다. 팔레스티나 지방에서 무화과는 과당과 섬유질, 비타민, 미네랄(칼슘, , 칼륨 등)이 풍부하여 건강에 매우 유익한 열매이다. 신선하게 먹을 수도 있고, 건조하여 장기간 저장할 수도 있는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가뭄이나 전쟁 등으로 식량이 부족할 때 중요한 생존 식품으로 사용되었다.

포도밭 주인은 포도밭에 무화과나무를 딱 한 그루 심어 놓고, 3년째 와서 무화과나무에 열매가 달렸나 하고 찾아보았지만 하나도 찾지 못했으니 잘라버리라고 지배인에게 말했다. 그러자 지배인이 나무 둘레에 거름을 주겠으니 올해만 기다리고, 그래도 열매 맺지 않으면 잘라버리자고 말한다.

 

딱 한 그루만,” 우리가 셋째로 묵상해야 할 점이다.

포도밭은 사람들이 가꾸어야만 하는 밭이다. 거름을 주고, 순을 따고, 가지를 들어 올리는 등, 보살펴야만 포도가 제대로 열린다. 그처럼 잘 가꾸고 거름 주는 포도밭에 주인은 무화과나무를 한 그루만 심어 놓고 3년째 찾아와서 열매가 열렸나 찾아보았다. 여러 그루가 아니라 딱 한 그루만 심을 정도로 주인은 그 무화과나무를 소중히 여겼고, 3년 동안 열매가 열렸나 찾아볼 정도로 관심을 기울였다. 그러니 무화과나무는 열매를 맺어 주인께 보답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무화과나무는 주인의 열과 성에 조금도 보답하지 않았다.

 

무화과나무는 누구인가? 무화과나무가 바로 . 하느님께서는 당신 포도밭에 만 심어 놓으셨다. 그리고 3년 동안 나를 찾아오시어 열매 맺기를 기다리셨다. ‘3’이라는 숫자가 최상급을 상징한다는 의미에서, 하느님께서는 내가 열매 맺기를 학수고대하신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나를 세상에 창조하시고, 열매 맺기를 기다리고 기다리신다. 그러므로 나는 사랑의 열매를 맺어야 한다. 그런데도 열매를 맺지 못하면 하느님께서 잘라버리라고 말씀하신다. 그런데도 감사해야 할 점은 그런 나를 보호하고 변호하며 감싸주시는 분이 계시고, 그분은 다름 아닌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그분은 우리를 너무나도 감싸주시어 우리 허물을 덮어주시고, 죄까지 대신 갚아주신다. 십자가에 못 박혀 죽기까지 우리를 감싸고 덮어주시며, 회개하여 사랑의 열매를 맺기를 기다리신다. 그러니 얼마나 감사, 또 감사드릴 일인가! 감사, 또 감사드리며 사랑의 열매를 맺자. 사랑의 열매를 맺지 못해도 실망하지 말고, 맺을 때까지 참고 기다리자. 항상 착하게 살아감으로써 그리스도의 십자가상 수난과 죽음에 동참하자. 착하게 살기 위해 마음가짐을 늘 새롭게 하여 회개하자. 나는 하느님께서 심은 유일한 무화과나무임을 기억하여 사랑의 열매를 맺도록 하자. 우리 주님 그리스도께서 도와주시리니 주님의 힘을 받아 사랑의 열매를 맺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