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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5주일 다해(요한 13, 31-33ㄱ. 34-35) 사랑 - 선택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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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5주일 다해(요한 13, 31-33ㄱ. 34-35) 사랑 - 선택

세심정 2025. 5. 17. 11:00

지난 주일은 사제, 수도자, 선교사들의 증가와 성덕을 위해 노력하고 기도하는 성소 주일이었다. 양들이 목자의 목소리를 잘 알아듣듯이 그리스도인은 주님의 목소리를 잘 알아들어야 한다. 1) 양심, 2) 자연법, 3) 성경을 통해서 말씀하시는 주님 말씀을 잘 들어야 한다. 나를 속속들이 아시는 주님께 나를 맡기고, 주님을 충실히 따르며, 주님께서 영원한 생명을 주시므로 이 세상을 복되게 살아 영원한 생명을 얻자는 말씀을 드렸다.

 

오늘 제1 독서는 사도 바오로와 바르나바의 선교 활동에 대한 말씀이며, 2 독서는 죽음, 슬픔, 괴로움이 없는 새로운 세상을 이루시는 하느님과 그 백성에 대한 말씀이다. 복음은 마지막 만찬 중에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서로 사랑하라는 새 계명을 주시는 말씀이다.

 

예수님께서는 하늘로 오르시기 전, 제자들과 마지막 만찬을 하시면서 제자들의 발을 일일이 씻겨 주셨다. 발 씻김과 빵 나눔은 깊은 친교와 일치의 계약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제자들 모두 주님과 하나가 었다. 그런데 악마의 유혹을 받은 유다(13, 2)가 예수님으로부터 포도주에 적신 빵을 받자 사탄이 그에게 들어갔고(13, 27), 그는 곧바로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유다가 나간 뒤 예수님께서는 이제 사람의 아들이 영광스럽게 되었고, 또 사람의 아들을 통하여 하느님께서도 영광스럽게 되셨다.”라고 말씀하셨다.

유다는 예수님을 팔아넘기기 위해 나갔고, 예수님께서는 이를 미리 알고 계셨다. 예수님을 팔아넘긴 것은 돌이킬 수 없는 큰 죄다. 그 죄책감이 너무 컸기에 유다는 주님께 용서를 청하지도 못하고, 목매달아 죽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러한 큰 죄를 통해서도 영광스럽게 되신다. 세상에 악이 얼마나 많은가! 수많은 사람이 희생되고 목숨을 잃는다. 하느님 때문에 목숨을 잃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그러한 악과 죽음을 통해서도 주님께서는 영광을 받으신다. 예수님께서는 유다의 배반으로 인해 의회 의원들에게 붙잡히셨고, 십자가에 못 박혀 운명하셨다. 나무에 매달린 저주받은 죽음, 그 십자가상 죽음이 인류의 모든 죄를 대신 기워 갚는 희생 제사였고, 그 제사를 통해서 인류를 구원하셨으며, 그로 인해 예수님께서 영광 받으셨다.

오늘 우리가 첫째로 묵상할 점이다. 우리는 악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죽음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주님은 악과 죽음을 통해서도 영광을 받으시고, 우리에게 영광을 주시는 분이시다. 그러므로 주님을 믿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님 뒤를 따라 영광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 얼마나 많은 분이 하느님과 진리, 정의를 위해 죽임을 당했는가! 수많은 순교자와 선열들, 그분들은 예수님처럼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죽음으로써 주님께 영광을 드렸고, 주님으로부터 영광을 받으신 분들이다. 우리도 그분들을 본받아 악과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고 자기 십자가를 짐으로써 주님께 영광을 드리고, 주님으로부터 영광을 받는 길을 걸어가야 한다.

 

둘째, 예수님께서는 내가 가는 곳에 너희는 올 수 없다.”라고 말씀하신다. 36절을 보면 어디로 가시느냐고 묻는 베드로에게, 내가 가는 곳에 지금은 따라올 수 없으나 나중에 따라오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이 말씀은 우리를 위해 우리와 함께 계실 자리를 마련하러 가신다는(14, 2-3) 말씀이다. 마치 혼인하기 위하여 신랑이 신부를 맞이할 집을 마련하듯이, 신랑이신 주님께서는 신부인 우리와 함께 사실 자리를 마련하러 가신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내가 가서 너희를 위하여 자리를 마련하면, 다시 와서 너희를 데려다가 내가 있는 곳에 너희도 같이 있게 하겠다.”(요한 14, 3)라고 말씀하셨다. 이 세상을 건너서 주님과 함께 사는 영원한 거처를 주님께서 마련하셨다. 그러니 아무런 걱정을 하지 말라. “너희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하느님을 믿고 또 나를 믿어라.”(요한 14, 1)

 

셋째,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새 계명을 주신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예수님께서 주신 새 계명은 예수님께서 사랑하신 것처럼 사랑하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어떻게 사랑하셨는가!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뜻을 따르심으로써 사랑하셨다. 예수님께서는 겟세마네 동산에서 근심과 번민에 휩싸이시어 내 마음이 너무 괴로워 죽을 지경이다. 너희는 여기에 남아서 나와 함께 깨어 있어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아버지, 하실 수만 있으시면 이 잔이 저를 비켜 가게 해 주십시오. 그러나 제가 원하는 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십시오.”라고 기도하셨고, 다시 두 번째로 가서 기도하셨다. “아버지, 이 잔이 비켜 갈 수 없는 것이라서 제가 마셔야 한다면,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라고 기도하셨다(마태 26, 39-42). 예수님의 사랑이란 언제 어디서나 내 뜻과 생각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선택하는 것이고, 선택한 하느님의 뜻을 충실히 실천하는 것이다. 하느님의 뜻은 십자가를 지는 것이고, 인류의 모든 죄를 대신 기워 갚는 것이며, 그럼으로써 인류를 죄에서 해방하여 구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새 계명이란 언제 어디서나 하느님의 뜻을 선택하고 실천하는 것이며, 자기 십자가를 지는 것이다. 자기를 버리고 하느님의 뜻을 따름으로써 희생하는 것이 새 계명이다. 하느님의 뜻을 선택하고 따르지 않으면, 하느님의 뜻을 거부하면, 사랑이 아니다. 희생하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다.

지금도 얼마나 많은 그리스도인이 하느님의 뜻을 따라 자신을 희생하며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지 모른다. 수많은 선교사가 그렇게 살고 있다.

이번에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 14세도 그러한 분이다. 그는 흑인의 후손으로 알려져 있다. 교황의 외할머니 루이스 바쿠이에는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태어난 서인도제도 혼혈 흑인이라고 한다. 교황의 모계 가족은 20세기 초까지 흑인들이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크레센트에서 거주하다가 시카고로 이주했다. 그는 1977년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소재 착한 의견의 성모 관구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에 입회하여 19789월 첫 서원, 19818월 장엄 서원, 로마 성 토마스 아퀴나스 대학교에서 교회법 전공, 1982619일 로마에서 사제품, 1984년에 교회법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1985~1986년 페루 피우라주 출루카나스에서 선교활동을 했고, 1987년에는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에서 지역 장상의 역할이라는 논문으로 성 토마스 아퀴나스 대학교에서 교회법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1987년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착한 의견의 성모 관구 성소 책임자 겸 선교 책임자로 선임됐지만, 1988년 페루 트루히요 선교지로 파견돼 1999년 시카고에 있는 착한 의견의 성모 관구 관구장으로 선출될 때까지 주로 페루에서 활동했다. 이어 2001년 열린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총회에서 총장으로 선출됐으며, 2007년 총회에서 연임됐다. 201310,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착한 의견의 성모 관구로 돌아와 양성 책임자 겸 관구장 대리로 봉직하던 중 2014113일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페루 치클라요 교구장 서리로 임명돼 117일 취임했다. 이어 1212일 과달루페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축일에 페루 북부 치클라요교구 주교좌성당에서 주교품을 받았으며, 이듬해 926일 치클라요 교구장 주교로 임명됐다. 2020415일에는 페루 카야오 교구장 서리로도 임명돼 20215월까지 재임했다. 그가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선교사와 주교로서 페루에서 활동한 기간은 20년이 넘는다. 그래서 미국과 페루 시민권 모두를 가지고 있다. 2023130일 교황청 주교부 장관 겸 교황청 라틴아메리카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되면서 대주교가 됐고 그해 930일 추기경에 서임되었다. 그리고 교황청 주교부 장관 외에 복음화부의 첫복음화와 신설개별교회 부서, 신앙교리부, 동방교회부, 성직자부, 축성생활회와 사도생활단부, 문화교육부, 교회법부, 바티칸시국위원회 위원도 역임했다. (가톨릭 신문 2025-05-18)

 

넷째, 주님께서는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라고 말씀하신다. 그리스도인이란 누구인가? 악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기 십자가를 지는 사람이고, 자기 생각과 뜻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선택하고 실천하는 사람, 사랑을 사는 사람이 곧 그리스도인이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영광의 길을 가르쳐주신다. 영광의 길은 악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가는 것이고, 하느님의 뜻을 선택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그것이 참된 사랑이고 새 계명이다. 그리고 그 사랑을 실천할 때, 비로소 사람들이 우리가 그리스도인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