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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공현 대축일(마태 2, 1-12) 하느님께 바칠 소중한 예물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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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공현 대축일(마태 2, 1-12) 하느님께 바칠 소중한 예물

세심정 2023. 1. 6. 22:30

오늘은 주님께서 당신 자신을 모든 민족에게 드러내 보이셨음을 기념하는 주님 공현 축일이다. 교회는 이 축일에 주님의 별을 보고 예물을 들고 주님께 경배하러 온 동방박사들에 관한 복음을 읽으며, 우리도 주님께 경배드리고, 알맞은 예물을 봉헌하기를 기도한다. 안토니오 포르토라는 화가는 <동방박사 세 사람>을 그리면서 한 사람은 흑인, 한 사람은 백인, 또 한 사람은 황인종으로 그렸다. 구세주께서 모든 문화권에 있는 모든 민족을 구원하시기 위해 강생하셨음을 나타내기 위해서이다. 오늘 동방박사들이 온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해 강생하신 구세주께 경배드리기 위해 찾아오는 복음을 읽으면서, 이들을 통해 들려주시는 하느님의 말씀을 묵상하자.

 

먼저 이들은 율법을 전혀 알지 못하는 이방인이다. 아마도 이들은 하느님을 알지도 못했으리라. 하느님 백성인 이스라엘 사람들이 생각할 때, 율법을 알지도 못하고, 지키지도 못하는 사람은 구원받을 수 없는 사람이다. 그들은 이방인은 구원받을 수 없으며, 구원받아서도 안 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하느님을 모르는 이방인은 축생과 같다고 생각했기에 포교 활동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율법을 전혀 알지도 못하는 이방인들이 어떻게 구세주 강생 소식을 알고 구세주를 만나 경배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그들이 율법을 알지는 못했지만, 진리를 탐구하는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박사란 페르시아나 메디아, 바빌론에서 꿈을 해석하는 신통력을 지닌 사제나 점술사, 점성술사를 가리키는 표현이었다. 그들은 꿈이나 별, 여러 가지 징조를 살펴보면서 진리를 찾았다. 그래서 그들은 하늘에 뜬 별을 보고, 그 별이 메시아의 탄생을 알려주는 별임을 알 수 있었다.

하느님 말씀인 성경을 알고, 말씀을 충실히 따르는 것, 그것이 하느님께 나아가는데 가장 소중하다. 그러나 하느님 말씀인 성경을 알지 못하더라도, 진리를 갈구하는 마음이 있을 때, 하느님께 나아갈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도 먼저 하느님 말씀인 성경을 통해 하느님께 나아가도록 노력하고, 진리를 찾기 위해 앞장서야 하겠다.

 

둘째, 동방에서 베들레헴까지는 상당히 먼 거리이다. 1,500km가 넘고, 걸어서 4개월 이상 걸리는 거리이다. 그 먼 거리를 걸어서 강생하신 구세주를 찾아가 경배하기란 위험이 크다. 자칫 강도나 맹수를 만나 목숨이 위태로울 위험도 있고, 길을 잃고 헤맬 위험도 있으며, 노자가 떨어져 굶어 죽을 수도 있다. 더욱이 메시아의 별만 보고 직장이나 가정을 뒤로 하고 구세주께 경배하러 간다는 것은 쉽지 않다. 게다가 황금, 유향, 몰약과 같은 귀한 예물을 준비하여 찾아간다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자기들이 알고 깨달은 진리를 찾고, 진리를 위해 행동할 수 있는 용기와 실천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모든 위험을 극복할 용기와 힘, 실천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구세주를 찾아갈 수 있었다.

그러므로 우리도 우리가 배워 안 진리, 하느님 말씀을 실천할 용기와 힘, 실천력을 길러야 한다. 용기 없이는 진리를 실천할 수도 없고,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도 없다. 하느님 나라를 위해 버려야 할 것을 버리고, 이겨내야 할 것을 이겨내며, 악의 유혹을 물리치고 진리를 실천할 용기와 실천력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셋째, 별의 인도를 받고 유대 예루살렘에 온 동방박사들은 메시아가 왕궁에서 태어나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왕궁으로 갔다. 그들이 유대에 올 때까지는 별의 인도를 받고 따라왔다. 그러나 유대에 도착한 후, 왕인 메시아는 왕궁에서 태어나야 마땅하다고 생각했기에 자기들 생각에 따라 왕궁으로 갔다. 그런데 그처럼 자기 생각에 따라 왕궁에 갔던 그 일로 인해 베들레헴과 그 일대에 사는 두 살 이하의 무죄한 사내아이들이 모조리 죽임을 당하는 참사가 빚어졌다. 그들이 자기 생각에 따르지 않고 계속하여 별의 인도를 받았다면, 그래서 그들이 왕궁에 들어가서 헤로데를 만나 왕인 메시아의 탄생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면, 무죄한 사내아이들이 모조리 죽임을 당했을까?

그러므로 우리도 끝까지 별의 인도를 받고, 자기 생각이나 고집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우리가 자기 생각, 고집에 빠져 하느님 말씀을 외면하고 거스른다면, 그로 인해 죄 없는 누군가가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자기 생각, 자기 고집이 죄다. 하와가 뱀의 유혹을 받고 자기 생각에 따라 그 열매를 따 먹지 않았다면, 세상에 죄가 들어오지 않았고 원죄로 인해 그토록 많은 고통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하느님 말씀에 끝까지 충실하고, 하느님께서 인도하시는 대로 뚜벅뚜벅 걸어야 한다.

 

넷째, 그들이 왕궁에서 나왔을 때 그들은 다시 메시아의 별을 보았다. 그리고 별이 인도하는 대로 따라가서 구세주께서 강생하신 그곳에 도착했다. 그들은 왕궁에서 예언서(미카 5, 1-2)에 메시아가 탄생할 곳이 베들레헴이라고 예언되어 있다는 말씀을 듣고 그 말씀에 따라 베들레헴으로 향하는 도중에 메시아의 별을 다시 보게 되었다. 그들은 비록 자기 생각에 따라 왕궁으로 갔지만, 왕궁에서 들은 미카 예언서의 말씀에 따라 베들레헴을 향해 가면서 메시아의 별을 다시 볼 수 있었다.

우리가 자기 생각에 따라 잘못된 길을 걷더라도, 자기 생각을 버리고 하느님 말씀을 따라가면, 메시아를 만나고 하느님 나라에 확실히 들어간다. 그러므로 끊임없이 자기 생각을 버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 바로 그것이 회개다. 회개란 자기 생각, 고집을 버리고 하느님 말씀을 듣고 따르는 것이다. 자기를 향하지 않고 하느님을 향해 방향을 돌리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동방박사들은 아기 예수님을 보고 경배하며,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 황금은 값비싸고 변하지 않는 귀중품으로 메시아의 왕권을 상징한다. 유향은 값비싼 향료로서 예수님의 신성을 상징한다. 몰약도 유향처럼 나무에서 추출되는 고가의 향료로서 방부제나 마취제로 사용되었는데, 이는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상징한다. 즉 예수님은 왕이시며 대사제이시오, 수난과 죽음으로 인류를 구원하시는 구세주이심을 드러내는 예물이다.

동방박사들은 구세주 아기 예수님께 그토록 소중한 예물을 바쳤다. 그렇다면 우리는 구세주께 무엇을 예물로 바칠 것인가? 우리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서 하느님을 만나면, 무엇을 예물로 바칠 것인가? 삶은 봉헌이다. 내 인생이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이지만, 동시에 하느님께 바쳐야 할 예물이다. 우리는 하느님을 만나 자기 자신을 예물로 바쳐야 한다. 그러므로 내 생을 소중하고 귀하게 살자. 하느님께 예물로 봉헌하기에 합당하게 살자.

 

오늘 아기 예수님께 귀중한 예물을 봉헌하기 위해 먼 길을 간 동방박사들을 묵상하면서 1) 진리, 하느님 말씀을 찾고, 2) 하느님 말씀을 실천하며, 3) 자기 생각에 빠져 하느님 말씀을 거스르지 않도록 노력하며, 4) 자기 생각에 빠져 잘못된 길을 걸었더라도 이내 회개하여 하느님 말씀을 따라 살며, 5) 내 삶이 하느님께 봉헌할 합당한 예물이 되도록 삶을 소중하고 귀하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