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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2 주일 가해 (마태 17, 1-9) 주님 영광을 느끼자.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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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2 주일 가해 (마태 17, 1-9) 주님 영광을 느끼자.

세심정 2023. 3. 5. 17:40

베드로가 예수님을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라고 고백하자,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에게 이 반석 위에 교회를 세우고, 하늘나라의 열쇠를 주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수난을 당하고 죽임을 당하실 것임을 예언하셨다. 그러자 베드로가 결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반박하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 너는 나에게 걸림돌이다.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라고 말씀하시면서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라고 하셨다.

베드로는 교회의 주춧돌이 되고, 하늘나라의 열쇠를 받았다가, 곧바로 사탄이라는 꾸지람을 들었으니, 얼마나 마음이 아팠겠는가! 그런데 으뜸 제자를 그렇게 꾸짖으시고, 마음 아파하는 베드로를 바라보시는 예수님 마음은 어떠했겠는가!

 

오늘 복음은 그 다음 대목이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 야고보, 요한만을 데리고 높은 산으로 오르셨다. 베드로는 로마 교회의 수장이며, 야고보는 예루살렘 교회의 수장이고, 요한은 요한복음과 서간, 묵시록을 쓴 영성의 대가로서 교회를 대표하는 3인이다. 예수님께서는 특별한 일이 있을 때, 이 세 제자와 동행하셨다.

산은 전통적으로 하느님을 만나는 장소이다. 예수님께서 카이사리아 필리피 지방을 지나시던 때이므로, 높은 산은 헬몬산이리라. 이 산은 요르단강을 통하여 이스라엘 지방에 물을 공급하는 생명의 산으로 시온산(신명 4, 48), 거룩한 산(2베드 1, 18)으로 불리기도 했다.

예수님께서는 종종 하느님을 만나는 장소인 산으로 올라가셨다. 하느님의 뜻을 깊이 알고, 하느님을 만나 힘을 얻고, 하느님과 함께하기 위해 산으로 올라가셨다. 그리고 제자들에게도 하느님을 깊이 체험함으로써 하느님과 함께하는 사람, 하느님의 뜻대로 사는 사람이 되도록 하기 위하여 제자들을 데리고 산으로 오르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도 먼저 기도의 산으로 올라가야 하겠다. 특히 베드로처럼 실의에 빠지거나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하느님의 일을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할 때, 기도의 산으로 올라가야 한다. 우리의 십자가가 무겁고 힘들어 넘어지고 포기하고 싶어 할 때, 우리는 기도의 산으로 올라가야 한다.

그러면 기도의 산은 어디인가? 예수님께서 따로 기도하시기 위해 산으로 오르셨듯이(마태 14, 23), 혼자 머무는 장소가 기도하는 산이다. 오직 하느님과 함께 있기 위하여 철저히 혼자 머무르는 장소이다. 그러므로 그곳은 산이나 바다일 수도 있고, 외딴곳이나(루카 5, 16) 골방일 수도 있다(마태 6, 6). 또한 기도의 산은 여러 가지 피정이기도 하다. 성 이냐시오의 영신 수련이나 향심 기도도 좋고, 예수 마음 기도도 좋다. 그 외에 다른 어떤 피정도 좋다. 그러한 기도의 산으로 올라가, 주님을 만나고, 주님께서 주시는 기쁨과 힘을 얻어야 한다. 주님의 힘으로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힘과 은총을 청해야 한다.

 

둘째, 그들이 산에서 기도할 때, 예수님의 얼굴이 해처럼 빛나고, 옷은 빛처럼 하얘졌다. 예수님의 이러한 모습은 곧 천국과 그 영광을 보여 주는 모습이다. 이때, 모세와 엘리야가 나타나 예수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모세와 엘리야는 율법과 예언서를 대표하는 예언자로서 구약성경 전체를 상징하기도 한다. 모세와 엘리야가 나타난 것은 구약성경이 예수님을 통해 완전하게 이루어졌음을 상징하기도 한다. 또한 천국은 성경의 완성임을 보여 주는 징표이기도 하다.

, 제자들은 천국과 그 영광을 깊이 체험한 것이다. 그 모습을 본 베드로가 주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좋겠습니다. 원하시면 제가 초막 셋을 지어 하나는 주님께, 하나는 모세께, 또 하나는 엘리야께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한다. 높은 산에서는 사람이 살기 어렵다. 산꼭대기는 여름에도 눈에 덮여 있기 일수고, 산에서 먹을 양식을 구하기도 어렵다. 더욱이 초막 셋을 지어 하나씩 드리고, 자기들은 초막도 없이 먹을 것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추위에 떨면서도 그분들과 함께 지내면 얼마나 좋겠냐고 말할 정도로 큰 기쁨과 행복을 누린 것이다.

사실 천국은 너무나도 큰 기쁨과 행복을 주는 곳이다. 예수님께서 천국을 위해서는 오른 눈이나 오른손을 잘라버려도 좋다(마태 5, 29-30)고 말씀하실 정도로 기쁘고 행복한 곳이 천국이다. 그래서 어떤 은사자는 하느님께서 천국을 보여 주시지 않는 까닭은 우리가 천국 영광을 맛보면, 빨리 죽으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말할 정도로 천국은 기쁨과 행복 자체이다.

 

셋째, 베드로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하늘에서 빛나는 구름이 그들을 덮고, 구름 속에서,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하는 소리가 들렸다. 예수님께서 세례받으실 때 하늘에서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마태 3, 17)라는 소리가 들려왔는데, 다시 한번 그 말씀이 들리면서, 제자들에게 예수님의 말을 듣고 따르라는 말씀이 들려왔다.

우리가 기도를 통해 주님을 만나고 주님으로부터 힘을 얻은 다음, 우리는 주님의 말씀을 따라야 한다. 사람의 일만 생각하지 말고 하느님의 일을 생각해야 한다. 주님 말씀이 무거운 십자가라고 할지라도 그 십자가를 충실히 져야 한다. 기도는 우리에게 하느님의 일을 하게 하고, 십자가를 잘 지도록 해준다.

 

주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고, 우리에게 주어진 십자가를 잘 지고 가려고 노력하는 사순절에 교회는 우리에게 힘과 용기를 주기 위해 예수님께서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변모하신 대목을 읽도록 한다. 기도를 통해 하느님을 만나고, 하느님 말씀을 듣고, 천국 영광과 행복을 맛봄으로써 세상 어려움을 이겨내고, 십자가를 잘 지고 가도록 힘과 용기를 준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 기도의 산으로 올라가자. 기도의 산에서 주님 영광을 맛보자. 주님 영광을 맛본 그 힘으로 십자가를 잘 지고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