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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카 성야 (마태 28, 1-10) 마음속 첫 자리에 주님을 모시자. 본문
예수님의 부활을 축하하는 파스카 성야 미사는 교회 전례 가운데 가장 장엄하고 중요한 전례이다. 이 미사는 주님께서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가셨듯이, 우리도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리라는 희망을 품고, 그리스도께서 세상의 빛으로서 어둠 속에 빛을 비추듯이 우리도 또 하나의 작은 빛이 되어 세상을 비출 것을 다짐하면서 빛의 예식을 거행한다. 이어서 부활 찬송을 통해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에서 해방해주시고, 그리스도께서 우리 죄를 속량하시고 세상 악습과 죄악의 어두움에서 우리를 구하시어 거룩하게 해주셨음을 찬미하며 감사드린다. 그리고 9개의 독서를 통해 천지창조부터 시작하여 우리를 구원하시는 구원의 역사에 대한 하느님 말씀을 듣고 묵상한다.
교회가 파스카 성야 미사에 선택한 복음은 주간 첫날이 밝아올 무렵에 마리아 막달레나와 다른 마리아가 예수님의 무덤을 보러 간 대목이다. 유대인들은 시신에 향유를 바른 후 안장하는 관습이 있었는데, 이는 시신이 썩는 냄새를 중화시키기 위함이었다. 안식일 전날 오후 세 시에 운명하신 예수님의 시신에 향유를 바를 시간이 부족하여 서둘러 매장했기 때문에 이들은 예수님의 시신에 향유를 바르기 위해 안식일이 끝나고 주간 첫날이 시작하자마자 예수님의 무덤으로 갔다.
주간 첫날은 하느님께서 창조하기 시작하신 날이며, 예수님께서 부활하심으로써 새롭게 창조하신 소중한 날이다. 예수님께서는 모든 사람의 모든 죄를 대신 짊어지시고 십자가상에 못 박혀 돌아가심으로써 모든 사람의 모든 죄를 없애주셔서, 사람들이 죄에서 벗어나 의로워지도록 새롭게 창조하셨다. 이처럼 예수 그리스도께서 새 창조를 이루신 거룩한 날이므로 이날을 주님의 날, 곧 주일이라고 부른다. 교회는 주일을 소중히 여기며 거룩하게 지낸다.
주님의 날, 그녀들은 먼저 주님의 무덤에 갔다. 그들 마음속의 첫 자리에 주님께서 계셨기 때문이다. 그들은 무덤이 돌로 막혀 있었고, 그들 힘만으로 돌을 치우고 들어갈 수 없었음을 알고 있었지만, 그들 마음속 첫 자리에 주님께서 계셨기 때문에, 그들은 동이 트자마자 무덤을 향해 달려갔다.
오늘 우리도 마음속 첫 자리에 주님을 모셔야 한다. 모든 것 위의 첫 자리, 그 자리가 주님의 자리이다. 그 자리에는 그 누구나 어떤 것도 놓아서는 안 된다. 사랑하는 배우자나 자녀도, 꼭 필요한 재물이나 권력도 첫 자리에 놓아서는 안 된다. 오직 하느님만 그 자리를 차지하셔야 한다.
언젠가 어떤 교우가 자기는 하느님께 첫 자리를 도무지 드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어떻게 첫 자리를 드리냐고? 사랑하는 배우자가 첫 자리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하느님께 첫 자리를 드릴 수 없다고. 그로부터 꽤 세월이 흘렀는데, 어느 날 그 교우가 ‘드디어 첫 자리를 주님께 드릴 수 있게 되었다.’라고 전화를 했다. 그래서 제가 남편이 죽었냐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어떻게 첫 자리를 드리게 되었냐고 물었더니, 어느 날 그렇게 되었다고, 하느님을 통해 배우자를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았다고, 그렇게 말했다.
일주일의 첫날, 마음속의 첫 자리는 하느님 자리이고, 우리는 그 자리를 하느님께 드려야 함을 먼저 묵상하자.
그들이 무덤에 다가갔을 때, 큰 지진이 일어나고 주님의 천사가 나타났다. 성경에서 지진은 하느님께서 나타나실 때 일어나는 현상으로 하느님의 능력을 보여주는 표징이다(탈출 19, 18; 사도 16, 26; 히브 12, 26). 하느님께서 예수님의 부활을 주도하셨으며, 새로운 창조가 이루어짐을 드러내는 표징이다.
더욱이 주님의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와 무덤을 막은 돌을 옆으로 굴리고 그 위에 앉았다. 천사의 모습은 번개 같고 옷은 눈처럼 희었다. 천사는 하느님의 심부름꾼이다. 천사는 가끔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들은 하느님의 영광을 지니고 있기에 광채가 나고, 그래서 모습은 번개 같고, 옷은 눈처럼 희었다. 그런데 천사의 등장은 악인들에게는 심한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게 하여 경비병들은 기절했다. 그러나 주님을 찾아왔던 여인들에게는 복된 소식을 가져다주었다.
오늘 우리가 두 번째로 생각해야 할 점은 우리 마음에 따라 천사가 우리에게 고통이나 공포, 죽음까지 가져올 수도 있고, 기쁨이나 행복, 생명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악한 마음을 가지고 하느님을 거스르고 죄만 짓는다면 천사는 우리에게 고통, 공포, 죽음을 가져다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선한 마음으로 하느님 뜻을 따르고 하느님의 일을 한다면 천사는 우리에게 기쁨과 평화, 생명을 가져다줄 것이다. 즉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착한 이들이 천사를 만나는 것은 기쁨, 평화 생명이지만, 하느님을 거스르고 악한 일을 한다면 천사를 만나는 것이 고통, 공포, 죽음일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 천사를 만날 때, 기쁨, 평화 생명을 누리도록 하느님 뜻에 따라 선하게 살아가야 하겠다.
셋째, 천사는 여인들에게 먼저 ‘두려워하지 마라.’고 말했다. 두려워하지 마라! 성경에서 하느님께서 가장 많이 들려주시는 말씀 가운데 하나이다. 그래서 이를 11계명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사실 모든 나쁜 감정은 두려움에서 시작한다. 분노, 시기, 질투, 증오 등 모든 나쁜 감정의 원인이 곧 두려움이다. 또한 두려움 때문에 성공하지 못하고 실패하기도 하고, 사람을 만나지 않기도 하며, 병이 들기도 한다. 두려움 때문에 폭력을 행사하고, 살인까지 한다. 두려움에서 벗어나야만 기쁘고, 편안하고, 행복할 수 있다.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는 한, 행복할 수 없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백성에게 늘 두려워하지 말라고 격려하시고 힘을 주신다. 우리가 기쁨과 평화 속에 살아가도록 하시기 위하여 두려워하지 말라고 격려하시고 힘을 주신다. 그러므로 하느님을 굳게 믿고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하느님께서 나와 함께 계시고, 내 손 꼭 잡고 계시니 무엇이 두려운가? “나 비록 음산한 죽음의 골짜기를 지날지라도 내 곁에 주님 계시오니 무서울 것 없어라. 막대기와 지팡이로 인도하시니 걱정할 것 없어라.”(시편 23, 4 공동번역)라는 시인의 노래처럼 결코 두려워하지 말아야 하겠다.
천사는 여인들에게서 두려움을 몰아낸 다음, 그들이 구하는 것에 대해 알려 주었다. 천사는 여인들이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을 찾는 줄 잘 알고 있었다. 천사는 예수님께서 다시 살아나셨다고 선포한다. 그리고 갈릴래아로 가실 터이니 그곳으로 가라고 알려 주었다.
넷째, 천사로부터 예수님 부활의 기쁜 소식을 들은 여인들은 서둘러 무덤을 떠났다. 예수님이 중요하지, 무덤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천사를 만나고, 천사로부터 주님 부활 소식을 전해 들은 여인들은 이제 부활의 기쁜 소식을 전파하는 사도가 되었다. 천사를 만난 사람, 천사로부터 주님에 관한 소식을 들은 사람은 누구나 복음의 사도가 된다. 역으로 말하면 복음의 사도로 만들기 위해 하느님께서는 당신 천사를 보내신다. 그러므로 우리는 누구나 천사를 만나야 하고, 천사로부터 주님 소식을 들어야 하며, 그래서 복음의 사도가 되어야 한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모두가 당신 천사를 만나고, 그렇게 만나서 복음의 사도가 되기를 원하신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그 기쁜 소식을 예수님의 제자들에게 전하기 위해 서둘러 가는데, 바로 그곳에 예수님께서 나타나시어 “평안하냐?” 하고 말씀하셨다. 주님의 복음을 전파하는 사도들에게 주님께서 친히 나타나신다는 말씀이다. 복음 전파는 사도 혼자 가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함께 가시는 것이라는 말씀이다. 그리하여 이 여인들이 부활하신 주님을 가장 먼저 체험한 여인이 되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가장 먼저 만난 사람은 예수님의 열두 제자나 성모님도 아니고, 마리아 막달레나와 다른 마리아였다. 여성은 국민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재산 취급받던 그 시대에(탈출 20, 17)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가장 먼저 여성에게 나타나셨다. 이는 여성이 남성보다 모자라거나 재산의 일부가 아니라 여성도 남성처럼 하느님께서 만드신 소중한 인격체이며, 소중한 제자라는 사실을 가르쳐준다. 동시에 주님을 마음속 첫 자리에 모시는 사람을 주님께서 더 사랑하시고, 더 가까이 계신다는 말씀이다.
파스카 성야인 오늘 주간 첫날인 주일을 주님께 봉헌하고, 우리 마음속 첫 자리에 주님을 모시자. 주님의 천사를 만나 기쁨과 평화를 누리도록 주님을 섬기고 주님 뜻에 따라 살자. 주님께 대한 굳은 믿음으로 두려움에서 벗어나자. 주님의 복음을 전하는 사도가 되어 주님을 깊이 체험하는 신앙인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