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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강림대축일 (요한 20, 19-23) 평화의 사도가 되자.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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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강림대축일 (요한 20, 19-23) 평화의 사도가 되자.

세심정 2023. 5. 27. 16:25

지난 주일은 주님 승천 대축일이었다. 머리이신 예수님께서 승천하시어 하느님과 하나 되시고 영광을 누리심은 몸인 우리도 주님과 함께 승천하여 하느님과 하나 되고 영광을 누림을 의미한다. 즉 우리 그리스도인은 이미 천국 시민이다. 또한 주님께서 승천하셨으므로, 지상에서 주님께서 하시던 일을 이제 우리 그리스도인이 해야 한다.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세례를 주고, 주님께서 가르치신 모든 것, 서로 사랑하도록 가르치고, 주님께서 언제나 함께 계시므로 주님의 힘으로 복음을 전하자는 말씀을 드렸다.

 

오늘은 성령강림대축일이며 청소년 주일이다. 우리는 모두 한 성령 안에서 세례를 받고 머리이신 그리스도와 한 몸을 이루었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성령을 보내시어 우리를 격려하시고 힘과 능력을 주시며 보호하신다.

오늘 제1 독서는 사도들에게 성령이 임하시는 현상을 보여 준다. 성령께서는 거센 바람이 부는 듯한 소리를 내며 집안을 가득 채웠고, 불꽃 모양의 혀들처럼 각 사람 위에 내렸다. 그러자 사도들은 여러 가지 다른 언어로 말하기 시작했고, 이적과 기적을 행하며 많은 이를 고쳐주고 마귀를 쫓아냈다. 사도행전은 사도들의 활동이라기보다 성령의 활동이 활발하고, 그래서 성령 행전이라고 표현해야 더 적합할 것 같다.

 

오늘 복음은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시어 평화와 성령을 주시는 대목이다.

먼저 예수님께서는 두려워 문을 모두 잠가 놓고 있던 제자들에게 오시어 평화를 주셨다.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십자가형으로 죽임을 당하셨기 때문에, 자기들도 그렇게 죽임을 당하리라는 두려움 때문에 문을 모두 잠가 놓고 숨어 있었다. 이들의 마음이 얼마나 초조하고 불안했겠는가! 자기들이 믿고 따랐던 예수님은 죽임을 당하셨고, 자기들 목숨도 어찌 될지 모르는 상황이니 근심, 걱정이 가득했으리라. 이렇게 걱정, 근심이 가득하고 불안, 초조해하는 제자들에게 주님께서 찾아오시어 그들을 위로, 격려하시고, 그들에게 평화를 주셨다. 예수님께서 주시는 평화는 언제 어디서나 누리는 평화이며 고통이나 박해 중에도 누리는 평화이다.

주님께서는 그처럼 우리를 사랑하신다. 우리가 두려움이나 걱정, 불안, 초조함으로 떨고 있다면, 두려워하지 말고, 주님을 불러라. 주님께서 함께 계시어 평화를 주시기를 청하라. 그러면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오시어 깊은 평화를 주시리라.

 

둘째,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당신 두 손과 옆구리를 그들에게 보여 주셨다. 당신임이 확실하다고 보여 주셨다. 부활한 육체는 지상의 육체와 다르지만, 같은 몸임을 보여 주는 것이다. 십자가형을 당하신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듯이 우리도 똑같이 부활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죽음을 향해 기쁘게 나아가야 한다. 우리는 죽음으로써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죽음으로써 부활하여 새롭게 살고, 영원히 살고, 하느님과 하나 되어 살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평화가 너희와 함께!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라고 말씀하셨다. 이는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평화를 제자들에게 주시어, 그들이 이제 당신의 평화를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도록 파견하셨음을 뜻한다. 그리스도인은 평화를 전하고, 행하며, 이룩하는 사람이다. 온 세상에서 전쟁이 종식되고, 싸우지 않으며, 분노와 증오에서 해방되도록 평화를 전하고 실천하는 사람이다. 이를 위해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평화를 주셨다. 그러므로 평화의 사도가 되자. 분열을 일으키는 사람이 아니라 피스메이커, 평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자.

주님, 저를 당신의 도구로 써 주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의혹이 있는 곳에 신앙을, 그릇됨이 있는 곳에 진리를,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어두움에 빛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가져오는 자 되게 하소서. 위로받기보다는 위로하고, 이해받기보다는 이해하며, 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하게 하여 주소서. 우리는 줌으로써 받고, 용서함으로써 용서받으며, 자기를 버리고 죽음으로써 영생을 얻기 때문입니다.”라는 아씨시의 프란치스코가 부른 평화의 기도를 노래하며 평화를 전하자.

 

마지막으로, 주님께서는 숨을 불어넣으시며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주님께서는 태초에 하느님께서 사람을 창조하실 때, 진흙의 먼지로 빚으시고 그 코에 숨을 불어 넣으시어 창조하셨듯이, 숨을 불어넣으시며 성령을 보내주셨다. 이제 주님의 제자들은 주님께서 보내신 성령으로 새롭게 창조되었다. 성령은 창조의 영이시다. 성령께서 그들을 인도하시어 그들이 성령의 능력에 충만하여 복음을 전하고, 병을 고치며, 마귀를 쫓아내도록 하셨다. 사도들이 전한 복음을 믿고 회개한 이들은 모두가 죄를 용서받고 구원되도록 하셨다. 그러나 복음을 거부하고 성령을 거스르는 자들은 죄가 용서받지 못하고 그대로 남아 심판받도록 하셨다.

성령 받은 사람은 누구나 새롭게 창조된 사람이다. 세례란 물과 성령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하는 성사이다. 그러므로 세례받은 모든 사람은 성령으로 새롭게 태어난 사람이다. 성령으로 새롭게 태어난 모든 사람은 이웃에게 복음을 전하고 죄의 용서를 선포해야 한다.

 

오늘 성령강림대축일에 우리 모두 성령 충만한 삶을 살자. 주님께서 우리에게 오시어 평화를 주시기를 청하자. 주님의 평화로 살고, 주님의 평화를 전하며, 주님의 평화를 이룩하는 평화의 사도가 되자. 우리가 부활하여 천국에서 영원한 삶을 살 것을 희망하며, 이 세상에서 복되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