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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가해 2(요한 6, 51-58)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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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가해 2(요한 6, 51-58)

세심정 2023. 6. 10. 10:53

지난 주일은 삼위일체 대축일이었다. 하느님은 한 분이시지만, 성부, 성자, 성령으로 구분된다는 삼위일체의 신비는 사랑과 창조, 인류 구원의 신비이다. 성삼위께서 깊은 사랑으로 삼라만상을 창조하셨고, 깊은 사랑으로 인류 구원을 위해 성자께서 강생하시어 인류의 모든 죄를 대신 기워 갚으셨다. 또한 성령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어 우리를 도우시고 격려하시며 이끄시어 하느님 나라로 인도하신다.

 

오늘은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이다. 이 축일은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예수님의 사랑을 기억하는 날이다. 또한 예수님께서 성목요일에 성체성사를 제정하신 것과 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화되어 우리에게 오시는 주님의 현존을 깊이 기념하고 묵상하는 축일이다. 예수님께서는 지극한 사랑으로 생명의 빵이 되시어, 우리에게 자신을 내어주시고, 우리가 당신을 먹음으로써 또 하나의 그리스도가 되도록 해 주셨다.

 

예수님께서는 베들레헴에서 탄생하셨는데,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뉘어지셨다.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뉘어지신 것이 구세주 그리스도를 가리키는 표징이었다. 베들레헴은 빵집이란 뜻이며, 구유는 가축들의 먹이통이다. 구세주께서는 강생하셨는데, 자신을 먹이로 내어주는 빵으로 오셨고, 그것이 곧 구세주를 가리키는 표징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구세주가 자신을 내어주기 위해 먹이로 오셨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까?

 

먼저 더할 나위 없는 사랑을 의미한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요한 3, 16)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사랑하시되 너무나 사랑하셨고, 그래서 딱 하나밖에 없는 외아들을 내어주셨다. 그런데 구세주께서는 당신 자신을 빵으로, 먹이로 내어주셨다. 우리를 너무나도 사랑하셨기에 자신을 통째로, 먹이로 내어주셨다. 구세주께서는 그토록 우리를 사랑하신다. 우리 죄를 대신 기워 갚기 위해 십자가에 못 박히실 정도로 우리를 사랑하신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 사랑을 기억하고, 간직하며, 사랑으로 살아야 한다. 나 자신도 사랑하고, 이웃도 사랑하며, 사랑으로 살아야 한다.

 

둘째, 우리가 그리스도가 되어야 한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가 또 하나의 그리스도가 되도록 하시기 위해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라고 말씀하시면서 당신 자신을 우리에게 먹이로 내어주셨다. ‘무엇을 보고, 듣고, 배우고, 함께하며, 무엇을 먹는가?’는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우리가 보고, 듣고, 배우고, 함께하며, 먹는 대로 산다. 우리는 주님을 보고 배워 주님처럼 되어야 하고, 주님을 먹음으로써 또 하나의 주님, 그리스도가 되어야 한다. 주님께서는 우리가 또 하나의 그리스도가 되도록 하시기 위하여 당신 자신을 먹이로 우리에게 내어주셨다.

 

셋째, 영원한 생명을 얻고, 영원히 살아야 한다. 주님께서는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고, 나도 마지막 날에 그를 다시 살릴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이 세상에서 장수하는 것도 좋지만, 더 좋은 것은 이 세상에서 수를 누리고,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죽음을 향해 나아간다. 그리고 그 죽음은 영원한 생명으로 들어가는 관문인 동시에 영원한 멸망인 지옥으로 가는 관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가 이 세상에서 잘못 살아 영원히 멸망한다면 얼마나 슬프겠는가! 우리가 이 세상에서 복되게 살아 복된 죽음을 맞이하고, 그리하여 영원한 생명을 누려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누구나 영원한 생명, 구원을 얻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다. 그러므로 영원한 생명을 누려야 한다.

 

넷째, 주님께서는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라고 말씀하셨다. 주님께서는 우리와 하나가 되시기 위하여 성체성사를 제정하셨다.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우리에게 힘을 주는 음식이다. 음식이 우리에게 가장 가까이 있다. 빵과 포도주는 이스라엘에 있어서 꼭 필요한 음식이며, 음료이다. 주님께서는 우리와 함께 계시고, 우리 안에 머무르시기 위해 빵으로 살을, 포도주로 피를 우리에게 주시어, 우리가 주님과 하나 되고, 주님 안에 머무르도록 하셨다. 그리하여 우리가 주님으로 말미암아 살도록 하셨다.

 

주님은 우리를 사랑하시되 너무 사랑하시어 당신 살과 피를 내어주셨다. 우리가 주님의 살과 피를 받아 모심으로써 우리가 또 하나의 그리스도가 되도록 하셨다. 주님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심으로써 영원한 생명을 얻도록 하셨다. 그럼으로써 우리가 주님 안에 머무르고, 주님께서 우리 안에 머무르심으로써 하나가 되게 하셨다. 성체 성혈의 신비는 사랑과 영원한 생명, 일치와 또 하나의 주님이 되도록 하는 소중한 신비이다. 우리 모두 성체 성혈을 통해 하나가 되고, 주님이 되며, 사랑으로 살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