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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1주일 나해(마르 4, 26-34) 하느님께서 다 해주신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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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1주일 나해(마르 4, 26-34) 하느님께서 다 해주신다.

세심정 2024. 6. 14. 16:57

지난 주일 복음은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당신의 어머니, 형제, 자매라는 말씀이었다. 예수님의 친척들은 예수님을 미쳤다고 붙잡아가려고 했고, 예루살렘에서 온 율법 학자들은 예수님을 마귀 들렸다고 비방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욕심과 이기심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혈연, 지연, 학연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하느님과의 연이다.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이다. 하느님과의 연을 소중히 여기며 하느님 자녀답게, 하느님 뜻을 실행하자는 말씀을 드렸다.

 

오늘 제1 독서는 다윗 왕가에서 그리스도께서 강생하시어 모든 민족을 통치할 것이며, 유대인과 이방인의 구별 없이 많은 민족이 그분을 믿음으로써 구원받고, 그분의 은총과 축복 아래에서 보호받으며 안식을 누릴 것을 암시하는 예언이다. 2 독서는 지상에 사는 동안 주님과 온전히 하나 될 수 없지만, 믿음으로 주님과 일치하며, 주님의 심판을 준비하며 살아간다는 말씀이다. 복음은 씨앗의 비유와 겨자씨의 비유이다.

 

예수님께서는 세례자 요한으로부터 세례를 받고 성령을 충만히 받으셨고, 하늘에서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라는 하느님 말씀까지 들으셨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사랑받고 마음에 드는 아들로서 살아가시기 위해 광야에서 40일을 보내시며 기도하시고, 유혹하는 사탄을 물리치셨다. 이후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전하시며, 많은 병자, 나병 환자, 중풍 병자, 불구자 등을 고쳐주시고 마귀를 쫓아내시는 등, 기적을 행하셨고, 복음 전파를 위해 제자들을 교육하시는 동시에 군중도 가르치셨다. 이로 인해 예수님께서는 음식을 드실 수 없을 정도로 분주하셨다. 예수님께서는 더 널리 복음을 전하기 위해 열두 제자를 뽑으신 다음 제자들을 가르치셨다. 오늘 복음은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와 등불의 비유 다음에 예수님께서 비유 말씀이다. 이 비유들은 농부라면 누구나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비유이다. 아마도 예수님께서는 모인 사람 대부분이 농부들이었기 때문에 이 비유들을 통해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셨으리라.

 

예수님께서 이 비유를 들려주신 까닭은 무엇일까? 이들이 율법을 잘 알지 못하고, 그래서 율법을 잘 지키지 못하기 때문에 율법 학자나 바리사이로부터 손가락질당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자신들은 하느님과 너무 멀리 떨어진 죄인이라고 생각하여 하느님께서 자신들을 버리실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의기소침해 있고, 구원받지 못하리라는 염려와 걱정이 많았기 때문이 아닐까? 예수님께서는 그러한 그들을 위로하시고 격려하시며, 하느님께서 그들을 소중히 여기시고 사랑하심을 피부로 느끼도록 비유를 들어 가르치셨으리라.

 

먼저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를 저절로 자라나는 씨앗에 비유하신다. 농부는 씨를 뿌리고 밭을 갈고 밑거름을 주며 김매면서 곡식을 기른다. 그런데 농부는 씨가 어떻게 싹이 트고 자라나며 열매를 맺는가를 도무지 알 수 없다. 이는 사람의 힘으로 되지 않고, 저절로 그렇게 자라나고 열매 맺는다. 물론 사람의 노력에 따라 더 풍성한 열매를 맺거나 그러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땅이 그렇게 해준다. 하느님께서 땅이 그렇게 곡식을 자라게 하도록 창조하셨다. 그러니 사실 하느님께서 해주시는 것이다. 하느님께서 해주시니, 사람은 그냥 놀고만 있으면 될까? 사람이 해야 할 일이 있다. 사람의 노력에 따라 수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사람은 하느님의 은총을 청하며,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해야 마땅하다. 그렇지만 사람이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해도 하느님께서 자라게 해주시고, 하느님께서 열매 맺도록 해주시므로 걱정하거나 두려워하지 말라. 하느님께서 먹을 것을 다 주신다. 주님께서는 그 말씀을 하셨으리라. 인간의 노력과 정성이 부족해도 너무 탓하지 마라.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소중히 여기시어 씨가 자라나 열매 맺게 해주시듯이, 당신들도 그처럼 열매 맺고 구원받게 해주시리라. 이 말씀을 하신 것이다.

 

둘째로, 씨 뿌리는 사람이 돌밭이나 길가, 가시덤불에 씨앗이 떨어져 열매 맺지 못할 것을 염려하여 씨를 뿌리지 않아야 할까? 그렇지 않다. 그런 염려, 걱정하지 말고, 씨를 뿌려야 한다. 좋은 땅에 떨어진 씨가 30, 60, 100배의 열매를 맺을 것을 믿고 씨를 뿌려야 한다.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다 해주실 것을 믿고 복음의 씨앗을 뿌려야 한다. ‘씨를 꼭 뿌려야 하나? 씨가 어떻게 자랄까? 씨가 자라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등의 걱정은 접고, 하느님께서 해주신다는 믿음으로 복음의 씨를 뿌려야 한다. 우리는 농부처럼 복음의 씨를 뿌리고, 복음의 씨가 잘 자라나도록 도움을 주고 방해되는 것들을 제거하면서 수확을 기다려야 한다. 그러면 하느님께서 다 해주신다.

주님께서도 집에 들어가면 그 집에 평화를 빈다고 인사하여라. 그 집이 평화를 누리기에 마땅하면 너희의 평화가 그 집에 내리고, 마땅하지 않으면 그 평화가 너희에게 돌아올 것이다. 누구든지 너희를 받아들이지 않고 너희 말도 듣지 않거든, 그 집이나 그 고을을 떠날 때에 너희 발의 먼지를 털어버려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심판 날에는 소돔과 고모라 땅이 그 고을보다 견디기 쉬울 것이다.”(마태 10, 12-15)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하느님을 믿고 가서 복음의 씨를 뿌려야 한다. 우리는 씨만 뿌리고 돌보면 된다. 자라고 열매 맺는 것은 하느님께서 해주신다. 이처럼 씨 뿌리는 자세가 복음을 전하는 자세이다.

 

셋째로, 농부가 모르는 사이 씨앗이 자라고 열매를 맺는다. 우리 마음속에 뿌려진 복음의 씨앗도 그렇게 자라나고 열매를 맺는다. 내 마음속에 뿌려진 복음의 씨앗이 나도 모르는 사이 점점 자라나고 열매 맺는다. 그러니 지금 내가 신앙이 부족하고 약하다고 느낄지라도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 아직도 세상 욕심이 많고 죄와 허물이 많아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참고 기다리면 주님께서 다 해주신다. 그러므로 주님을 믿고 주님께서 해주실 것을 믿고 기다리면 주님께 다 해주신다. “사실 우리는 희망으로 구원을 받았습니다. 보이는 것을 희망하는 것은 희망이 아닙니다. 보이는 것을 누가 희망합니까?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을 희망하기에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립니다. 이와 같이 성령께서도 나약한 우리를 도와주십니다. 우리는 올바른 방식으로 기도할 줄 모르지만, 성령께서 몸소 말로 다할 수 없이 탄식하시며 우리를 대신하여 간구해 주십니다.”(로마 8, 24-26) 그러니 주님께 희망을 두고 참고 기다리자. 그러면 우리 안에서 복음의 씨앗이 자라나 풍성히 열매를 맺으리라. 우리 안에 뿌려진 복음의 씨앗이 하느님의 기쁨, 평화를 주리라. 나는 주님께서 주시는 그 사랑, 평화, 기쁨으로 살리라. 조금 부족하고, 모자라고, 힘들고 지쳐도 걱정하지 마라. 주님께서 기쁨, 평화, 사랑을 주신다.

 

넷째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가 겨자씨와 같다고 말씀하신다. 겨자씨는 아주 작은 씨앗이다. 땅에 떨어지면 있는지 없는지 찾기 어려울 정도로 작은 씨앗이다. 4~5월경에 갈릴래아 지방을 가면 겨자꽃이 노랗게 피어 있다. 겨자는 푸성귀이지만 키가 3~4미터까지 자라는데 심지어 7미터까지 자라기도 한다. 또한 나무줄기는 사람의 팔뚝 두께만큼 자란다고 한다. 그러니 새들이 찾아와 보금자리를 만들기 충분하고도 남는다.

잘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작은 겨자씨가 싹이 트고 자라나서 주변 새들의 보금자리까지 제공할 정도로 큰 나무처럼 된다. 내 안에서 하느님 나라, 하느님의 인도하심과 다스리심도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미하게 시작한다. 그러나 나의 모든 존재를 뒤흔들고 감싸 안고 쉬게 할 정도로 크게 번창한다. “자네의 시작은 보잘것없었지만, 자네의 앞날은 크게 번창할 것이네.”(욥기 8, 7)라는 말씀처럼 하느님께서는 나를 이끄시고 내 마음을 다스리시어 하느님 안에서 안식을 누리게 하신다. 그리하여 사랑, 평화, 기쁨을 누리도록 하신다. 믿음이 그러하다. 내 믿음이 보잘것없는 것 같지만, 그 믿음으로 하느님을 만나고, 하느님께서 내 마음을 다스리시고, 그리하여 하느님의 사랑, 평화, 기쁨을 누리게 한다. 겨자씨가 큰 나무가 되듯이, 하느님께서는 그처럼 나를 이끄시고 내 마음을 다스리시고, 내 마음을 평화와 기쁨, 사랑으로 채워주신다. 그러니 걱정할 것 없다. 느긋한 마음으로 기다리면 된다.

 

오늘 저절로 자라나는 씨앗과 겨자씨의 비유를 통해 하느님께서 모든 것을 다 해주심을 믿고 느긋한 마음으로 기다리자. 조금 잘못되었거나 허물이 있어도, 조금 문제가 있고 아픔이 있어도, 아직 믿음이 부족하고 마음에 불안과 초조함이 있더라도, 느긋하게 기다리자. 주님께서 다 해주심을 믿고 참고 기다리는 신앙인이 되자.